[NBA 시즌결산] 마이애미 히트 (1)

중앙일보

입력

마이애미 히트의 올 시즌은 정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들은 시즌초반부터 1월까지의 부진 때문에 결국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은 것.

히트가 개막 경기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둘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들의 초반 부진을 예상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히트는 마치 그들이 창단 된지 얼마 안되던 때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11월 월간 성적 1승 13패라는 믿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부진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12월 들어서도 팀의 패배 행진은 계속 되었고 4승 10패를 기록하며 6승 20패라는 시즌 중간 성적을 보이며 시카고 불스,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함께 당당히 리그 최하위권에 위치하게 되었다.

팀이 이렇게 부진한 모습을 보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오프시즌 동안 문제점으로 재기되던 포인트가드의 약점과 주전 센터 알론조 모닝의 컨디션 회복 문제, 그리고 새로 영입한 선수들이 제 활약을 해주지 못한 점에 있었다.

또한 경기 막판 믿고 슛을 맡길 수 있는 '클러치 플레이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그들의 수비력은 여전했으나 빈약한 공격력으로는 승리를 거두기가 쉽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원정 경기에서의 승률이야 그렇다해도 그들의 홈 경기 승률이 좋지 못했다는 점은 히트가 시즌 내내 어려운 경기를 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였다.

1월 들어 히트는 서서히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들은 2월 올스타 주간까지 16승 8패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그동안 부진하던 모습에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시즌 막판까지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을 놓고 워싱턴 위저즈, 밀워키 벅스, 인디애나 패이서스와 경쟁했지만 힘이 빠진 듯, 4월 4승 6패로 다소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며 결국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감독인 팻 라일리는 LA 레이커스, 뉴욕 닉스를 거쳐 95~96시즌 마이애미 히트를 맡으면서 자신의 경력 중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 부진했던 선수들

오프시즌 동안 히트의 감독 팻 라일리는 그동안 팀의 주전 포인트가드였던 팀 하더웨이를 내보내고 자신이 기대했던 앤소니 카터에게 주전 자리를 맡기는 모험을 시도했다.

상대적으로 무명 선수였던 카터는 히트에 합류한 이후 하더웨이의 백업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고 팀 운영과 라일리의 지도 방식에 번번히 반기를 들었던 하더웨이 보다는 카터가 오히려 그의 입맛에 맞았던 것.

그러나 라일리의 예상과 기대는 보기 좋게 빚나갔다.

카터는 주전으로 출전한 시즌 초반 18경기에서 전혀 주전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기량이 퇴보한 듯 모든 면에서 전보다 못한 성적을 올렸고 이는 결과적으로 히트가 초반 부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결국 워싱턴 위저즈에서 '바이 아웃(buy out)'을 통해 방출되었던 로드 스트릭랜드를 영입하며 구멍난 포인트가드 부분의 전력을 보강하려 했지만 이미 라일리가 택한 선택의 결과를 뒤집기엔 시기를 놓친 셈이 되었다.

카터는 설상가상 부상까지 당하며 백업의 임무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채 올 시즌 46경기네만 나와 평균 4.3득점, 4.7어시스트, 2.5리바운드의 평범한 성적에 그치고 말았다.

특히, 그는 34%의 필드골 성공률과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빈약한 3점 슛 성공률을 보이며 시즌 내내 좋지 않은 슛 셀렉션과 개선되지 않은 슈팅 거리의 문제점을 보여주었다.

백코트에서 카터가 라일리를 괴롭혔다면 프론트 코트에선 브라이언 그랜트의 존재가 그러했다.

지난 시즌 거금을 받으며 자유계약으로 히트에 합류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랜트에게 거는 기대는 대단했다.

물론 당시 알론조 모닝이 신장 이상으로 시즌의 거의 대부분을 출전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있었지만 그랜트가 있었기에 아쉬움은 그나마 덜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올 시즌 재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모닝이 다시 라인업에 복귀했고 그랜트는 본래의 자리인 파워포워드로서 그 플레이에 기대는 무척이나 컸었다.

비록 앤소니 매이슨이 밀워키 벅스로 이적했지만 그를 대신하여 크리스 캐틀링, 라폰조 일리스와 같은 경험 많은 선수들이 뒤를 받쳤기에 그랜트에게는 에디 존스와 함께 득점 면에서의 도움을 바란 것.

하지만 그랜트의 올 시즌 성적은 72경기 출전 평균 9.3득점, 8.0리바운드의 다소 실망스러운 기록만을 남겼다.

그의 이름 값과 새크라멘토 킹스,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서 보여주었던 열정적인 플레이는 온대간대 없이 사라졌고 그저 평범한 성적만을 보이며 시즌을 끝낸 것.

라일리의 입장에선 그토록 기대했던 두 선수, 앤소니 카터와 브라이언 그랜트의 부진이 두고두고 아쉬울 따름이다.

이들 외에도 오프 시즌동안 자유 계약으로 영입했던 켄달 길의 부진 또한 라일리의 속을 섞였다.

이제 다소 노쇠한 기미가 보이긴 했지만 슈팅 가드와 스몰 포워드로 뛰며 공수에서 에디 존스와 함께 팀을 리드해주길 기대했던 길은 올 시즌이 그야말로 자신에게 있어선 최악의 한 해로 남게 됬다.

설상가상 부상까지 당하며 팀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 그는 올 시즌 65경기 출전하면서 평균 5.7득점, 2.8리바운드, 1.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자신이 NBA 데뷔이래 가장 좋지 않은 기록을 보여주었다.

특히, 카터와 길의 부정확한 필드골 성공률은 팀 전체에 영향을 미쳐 히트의 득점력 부재에 일조를 했다.

류한준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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