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잡힌 「역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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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안양=금창태·김준배기자】사고당국의 교통사고처리 소홀로 2달째 입원비의「볼모」가 되어 병원에 잡혀있는 피해자가『나를 풀려나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12월1일밤10시30분 쯤 안태고씨(29·이발사·경기도 안양읍 북부동815)가 신 안양리264앞 길에서 충남 영2-268호「트럭」(운전사 김기용·22)에 치여 허리와 머리등 온몸에전치7주의 중상을 입었다.
사고현장에달려나온 경찰은 안씨를 이웃 성혜의원(원장 채이선·45)에 입원시키고 사고를낸 운전사 여씨를 안양경찰서로 언행했다. 병원의 진단은 7주이었다.
이튿날 차주(조치원공평사)가 병원으로 찾아가『치료비는 곧 낼테니 치료나 잘해달라』고부탁하고 돌아갔다.
그러나 치료비를 물어준다던 차주는 두달동안 치료 끝에 건강을 회복한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돈을 갚으라고 성화가 심해 안씨의 어머니 황봉심여인(54)이 안양경찰서로 가보니 경찰은 사고발생 3일만에 운전사를 석방했더라는 것이다. 교통사고는 진단이3주이상이면 구속하는 것이 상례이다. 그러나 경찰은 『검사가 구속영장을 기각해 버려 어쩔수가 없었다』고 차갑게 말하더라는 것.
황여인은 수소문 끝에 조치원에 있는「트럭」회사를 7번이나 찾아갔으나 그때마다 의사측은『며칠안으로 돈을 보내겠으니 돌아가 있으라』면서 석여인을 달래보냈다.
돈을 받을수 없어 딱하게 된 병원측은 지난 2월23일부터 안씨가 치료비15만원을 갚지않으면 못나간다고 볼모로 잡아 외부출입을 못하게 잡아놓았다는 것.
성혜병원 6호실 2평남짓한 방안에 갇힌 안씨는 몸이 회복된지 열흘이 지나도록 방안에서용변을 보고 식사를해왔다고 한다.
방안에선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는데, 뒤뜰 쪽으로 난문에는 자물쇠가 안으로 굳게 잠겼고 환자진료실로 통하는 또하나의 문은 밤이면 밖에서 잠근다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밤에는 방범상 방문을 모두 잠그지만 낮에는 진료실로 통하는 문을 열어놓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씨는『식사를 들여 놓을 때와 가족이 면회 올 때만 잠깐씩 문을열어준다』면서 딱한 표정을 지었다.『손발을 씻으려 해도 못나가게 한다』는 그는 때가더덕더덕낀 손발을 내보였다.
안씨는 다치기 전에는 이발소에서 받는 봉급 1만여원으로 어머니와 세동생을 부양해 왔는데, 사고가 난다음부터는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꿀꿀이죽으로 온 가족이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굶다시피하는어 머니와 동생들을 생각하면 미칠것만 같다』는 안씨는『이런 억울한 일이 어디있습니까. 나를 좀 풀어주세요』하고 힘없는 손으로 기자의 옷자락을 잡으며 울먹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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