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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삯과 담배값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스스로 경제의 안정기조를 흐리게 하는 공공요금 인상을 교묘한 수단으로 합리화함으로써 국민의 빈축을 사고 있다. 기보한 바와 같이 철도청은 지난 10일부터 특급열차의 3등을 폐지하고 1·2등차만 운행키로 하였다는데 이는 사실상의 철도운임 인상을 꾀한 것으로서 첫날부터 승객들을 크게 당황케 하였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특급열차에 3등이 폐지된 사실을 알지 못해 발길을 돌리거나 아니면 울면 겨자 먹기 격으로 2등차를 타면서도 끓어오르는 분격을 참을 길이 없었다는 것이 보도를 통해서도 전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2등 차는 「서비스」 면에서나. 시설면에서나, 종래의 3등과 하등 다를 바가 없어 더욱 더 분격을 자아대개 했다는 것이며. 또 한편 1등 차에는 거의 승객이 없어 텅빈 차로 운행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특급열차의 3등 폐지 등에 관해서는 물론 수일 전 공고 절차를 거쳤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이 이를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대민 「서비스」사업을 벌이는 철도행정으로는 국민을 우롱한다는 비난을 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철도청은 무엇보다도 그들이 철도이용자인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익사업 관청이라는 것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는 비단 철도뿐만 아니라, 정부에 의해 거의 독점적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 왕왕 빠지기 쉬운 폐단을 제거하는데 근본적인 반생이 절실하다 할 것이다.
한편 구랍에 실시된 연초가격인상 때에도 전매청 당국자는 한입으로 올린다 안올린다 하는 엇갈린 공언을 함으로써 국민을 현혹시킨 예를 우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또 연초이래 박 기획은 기회 있을 때마다 금년에는 공산요금의 인상이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철도청이 특급열차 3등 폐지를 통해서 보여준 바와 같이 이능적인 방법으로 사실상의 요금인상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정부 스스로 안정기조를 무너뜨리는 일을 저지르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일이라 하겠다.
특히 이번 특급3등 폐지의 경우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발견하기가 어려운 것이라 하겠으나 설사 철도청의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이번과 같은 사실상의 인상방식은 연초가격인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민을 우롱하는 불쾌한 방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은 공기업의 요금인상을 덮어놓고 반대하지는 않는다. 국민이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이상 이유를 소상하게 제시하여 국민으로 하여금 납득이 가도록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임은 오히려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철도청의 특급3등 폐지는 그 사전 공고에 있어서 불친절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인상방법의 졸렬함을 통감하는 바이다.
최근 물가동향에는 심상치 않은 점을 발견한다. 지난 1월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작년말에 비해 1.6% 뛰었다고 하며 그 원인이 주로 곡물과 연초의 격인상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결국 정부의 담배값 인상과 곡가조절의 부실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겟다. 우리는 다시 한번 물가상승과 공공요금의 인상사이에 예각적인 상관관계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공요금 불인상을 확약한 정부로서는 이번과 같은 일방적인 결정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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