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추첨입학제의 장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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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른바「7·15교육개혁선언」의 소산인 서울시내 중학입학추첨이 5,6양일간 일제히 실시되었다. 중학입학 전형의 방법으로서 이와같은 추첨제를 채택한 실례는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아마도 전세계를 통해서도 초유의 일이라할 것인 만큼, 이 제도의 운영성과에 대해서 어느 의미로는 전세계 교육자들의 관심이 쏠려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보도를 종합해 보건대 이 추첨제도의 진행상황은 대체로 원활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이 점, 이 초유의 추첨제도를 관리한 서울시교육위 당국의 노고를 우리는 높이 평가해도 좋을 듯하다. 6일 하오에 있을 기호별 학교명 발표가 있을때까지 우리는 모든 것이 더한층 질서정연하게 진행되기를 충심으로 바라고자 한다.
그러나 이제도의 성공여부를 가름하는 것은 오히려 6일의 학교명 발표가 있은 다음부터 일어날 사태의 진전임을 누구도 부인치 못할 것이다. 학부형들이나 어린이들이 각각 추첨을통해서 결정된 배정학교에 아무 이의없이 진학하고, 이렇게해서 3월부터 개학할 각 중학교가 그 교육과정운영에 있어 종전보다도 더 훌륭한 효과를 거들 수 있을 것인가하는 여부가 곧 71연도부터는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한다는 이 추천제 중학진학제도의 장래를 좌우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솔직한 견해를 말한다면 이 추첨제가 이처럼 학부형·자모들과 어린이들의 전폭적인 협력을 얻어, 우리나라 중학교육을 종래이상의 교육적 성과로 이끌수 있을 것인가하는 문제에 대한 전망은 그다지 밝지만도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당국이 제1차 지망의 인정조치등을 통해 애당초 학부형·자모들의 보다 적극적인 협조를 얻을 수 있는 길을 스스로봉쇄해 버린 감이 없기 않을뿐더러, 또 그러한 협조의 바탕이라 할 수 있는 이른바 모든 중학교의「평준화 계획」이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첨제 중학입학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중학진학 희망자 전부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력 확충이 이루어져야 할 것임은 물론, 사전에 공·사립을 막론하고 모든 현존 중학교의 인적·물적시설에 있어 어느정도의 평준화가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는 확증을 학부형들이 스스로 갖고 있지않으면 안될 것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동안 당국은 갖가지 무리를 다해가면서까지 서울시내 중학교의 수용능력을 종전의 6만5천명으로부터 9만5천여명선까지 확충했을 뿐, 학교평준화계획의 진전실태에 관하여서는 아직까지도 석연한 발표조차 꺼리고 있는 실정에 있는 것이다. 교원의 질적평준화를 위해 1개월여의 재교육강습이 실시됐다는 것을 제외하고, 당국은 그동안 사립은 물론, 공립중학교의 인사이동배치조차도 아직 취하지 못하고 있을 뿐아니라, 이번에 신입생모집정원 배정을 중지한 3개교를 제외하고서는 체육장, 실험실습기구, 과학교재 등 물적시설에 있어서도 천양지차가 있는 공·사립간 또는 각학교간의 격차를 좁히는데 이렇다할 대책을 제시해준 바가 없음을 우리는 못내 유감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약1개월 앞으로 박두한 신학년도의 시작을 앞두고 문교당국은 무엇보다도 이 학교평준화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국민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석연한 해명을 주는 일이야말로 급선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당국은 추첨장소 주변에 이미 나돌고 있는 사설학관 학생모집광고의 범람을 결코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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