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조 재두루미 구미서 첫 월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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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구미지역 낙동강변에 세계적 희귀조인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가 정착,겨울을 나고 있는 것이 처음 확인됐다.

구미시 허남효(許南孝)산림보호담당은 “지난달 8일쯤 재두루미 6마리가 해평습지에 처음 내린 이후 14마리로 불어나 일본 이즈미로 날아가지 않고 지금까지 한달째 겨울을 나고 있다”며 “재두루미 월동(越冬)은 처음”이라고 11일 밝혔다.

또 “10일엔 일본에서 겨울을 나고 러시아쪽으로 돌아가는 재두루미 70여마리가 해평습지에 내려 모두 80여마리로 불어났다”고 말했다.

해평습지엔 요즘 재두루미 이외에 청둥오리 등 오리류 5천여마리와 기러기류 6천여마리,백로(천연기념물 205호) 50여마리 등도 같이 겨울을 나는 것이 관찰되고 있다.

11일 현장을 조사한 경북대 박희천(朴喜千)교수는 “서식환경에 예민한 재두루미가 월동을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라며 “청둥오리·백로 등 다른 조류의 월동 개체수도 점차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두루미는 국내에서 그동안 주남저수지와 철원·합천 등지서만 월동이 관찰됐다.해평습지는 구미공단과도 3∼4㎞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朴교수는 “해평습지는 주변에 농경지가 많은 데다 강 안쪽에 새들이 앉을 수 있는 모래톱이 있고 지속적으로 먹이가 공급되고 있어 앞으로도 철새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미시는 철새 도래지를 보호하기 위해 1998년 5월 해평습지를 조수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조수보호원 4명을 배치해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다.또 지난해는 서식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문량제방 0.7㎞에 쥐똥나무를 심고 강안 모래섬 1천5백여평엔 보리를 파종했다.

시는 이번 재두루미 월동을 계기로 습지 보전을 강화하는 한편 전문가와 주민 의견을 수렴해 탐조대를 설치하는 등 해평습지를 자연생태학습장으로 꾸밀 계획이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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