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비 손 벌린 수도권 … 준비 안 된 복지공약 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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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준비 안 된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이 역풍을 맞고 있다. 서울·인천·경기도 3개 시·도지사들이 모여 보육예산 지원 등 자신들의 현안에 대해 정부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송영길 인천시장은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지방비 즉시 지원, 지방소비세율 인상 등의 공동 요구 사항을 담은 ‘참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서 가장 강조한 사항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다. 무상보육비 국고보조율을 서울은 20%에서 40%로, 그 외 지역은 50%에서 70%로 올리는 방안을 담은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사위에서 7개월째 계류 중이다. 3개 시·도는 올해 국회에서 확정한 영·유아 보육사업 지원금 5600억원을 빨리 지원하고 앞으로 보육사업을 전액 국비사업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무상보육비 문제 해결을 위해선 박근혜 대통령과 직접 만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무상보육 문제는 3개 시·도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시·도지사협의회와 상의해 시·도지사들이 대통령을 뵙고 어려움을 직접 호소하는 시도를 하자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시·도지사들은 지난해 말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만 0~5세 전면 무상보육 시행을 결정한 후 계속 반발하고 있다. 국회는 올해 무상보육 예산을 지난해 6조2545억원보다 35% 증가한 8조4195억원으로 정했다. 지자체는 올해 1조4339억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추가예산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초노령연금 등 복지 예산이 확대되면서 무상보육까지 떠안을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현장에선 올여름 이후 무상보육이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 구로구 보육지원팀 남충민 주무관은 “구로구 무상보육 예산 559억원에서 정부·서울시 부담분을 제외한 126억원 중 48억원이 부족하다”며 “당장 관내 2만5000여 명의 어린이 양육수당·보육료를 지급하려면 다른 예산을 빼서 써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지자체에서 무상보육 예산 편성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자체는 부담해야 할 무상보육 예산(3조4559억7100만원) 중 72.3%(2조4994억6600만원)만 편성했다. 특히 서울시는 53.5%로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광주(55.6%)와 대전(66.0%), 경남(68.4%), 대구(70.6%) 등도 전국 평균 아래였다. 김두범 부산여대 아동복지학 교수는 “ 무상보육은 예산 편성에 대한 합의 없이 정치적으로 이뤄진 측면이 있다” 고 말했다.

장주영·이승호·강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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