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규제의 선행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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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획원은 전문 32조및 부칙으로 된 독과점가격규제법안을 성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법안에 따르면 독과점기업은 생산가격, 판매가격, 거래및 판매조직등을 정부에 보고할 의무를 가지며, 독과점가격심의위에서 「카르텔」행위또는 부당가격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한다. 또 동법안은 독과점업체의 내용규정으로 ①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수가 5개이하인 기업 ②시장점유율 20%이상을 1개 기업이 차지하는 경우 ③1개 사업자의지위가 너무도 현출하여 그때문에 시장경쟁이 제한되는 경우등 대통령이 지정하는 기업을 말한다했으며, 기획원장관은 독과점업체에 각종 시정명령을 내릴수 있도록 했다한다. 그밖에 벌칙으로 동법에 위반하는 경우, 최고 3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과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독과점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된지는 오래지만, 이 문제가 공식적으로 정부·여당에 의해 정책적 규제의 대상으로 제기된 것은 지난번 외자특감을 계기로 한것이라 할 수 있다. 여당은 이때 독과점폭리를 단호히 시정하겠다고 크게 벼른것 같았지만, 이문제는 결국 유야무야로 후퇴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와같이 독과점폭리의 규제문제는 국민경제의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력의 내부구조문제와 얽혀있기때문에 제대로 다루어지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며 언제나 문제의 제기에 그치고 마는 속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본란은 독과점문제가 갖는 이러한 속성때문에 그에대한 규제는 무엇보다도 정부와 여당, 그리고 재계의 삼각관계가 정상화하지않는한, 법으로 아무리 훌륭한 규정을 만들어놓아도 도리어 부작용만 일으킬뿐, 진정한 독과점 규제와는 거리가 멀지않을 수없을것임을 지적한바있는것이다. 그러한 삼각관계가 정상화하지 않은채 허울좋은 법체제만이 마련되는 경우에 유발될 부작용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임을 간과해서는 아니될줄로안다.
우선 법의 악용이란 나쁜관습에 젖어있는 이나라 정치풍토를 고려할때 동법안이 내포한 여러 규정이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할것이다. 현행 제도하에서도 이른바 독과점 기업체제품의 판매가격은 당국의 사전승인을 받고 있는것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독과점폭리현상이 배제되지 않고 있다는 사정은 독과점가격규제법안의 효율성을 미리서부터 점치는 좋은 지표가 될수도 있을것이마. 또 그동안 여당에 의해서 폭리때문에 고발된 특정기업이 단 하나밖에 안된다는 사실은 그자체가 정치적 양별행위가 아니었나하는 인상을 주었던 것도 숨길 수 없다할것이다.
국회는 보다 많은 수의 폭리기업의 예를 지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장서서 폭리문제를 제기한 여당이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은 사실만 보더라도 독과점문제에 내재된·심층관계를 짐작 할만한 것이라할 것이다.
정부가 진정 독과점가격규제를 원한다면 법제정에 앞서서라도 먼저 성의를 보여 현행체제하에서도 가능한 폭리배제를 실증해 주기 바라며, 그런후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규제법안을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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