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미국 대응 지켜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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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16일 북한이 미국에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것에 대해 “미국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기자실을 찾아 “북·미 회담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가 알아서 대응할 일 아니냐”며 짤막하게 말했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가 자신들의 의지라고 했는데 그 진정성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선 “그 부분에 대해선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만 답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며칠 전 미 국무부가 대변인을 통해 (북·미 관계에 대해) 얘기한 것이 있다”며 “우리가 얘기할 필요 없이 미국 정부가 대응하지 않겠나”라고 거듭 강조했다. 미 국무부 제니퍼 사키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미국은) 북한과 관계 개선에 오랫동안 열린 자세를 취해왔다”면서도 “다만 북한이 국제 의무와 약속을 확실히 준수하겠다는 의지가 있을 때 그렇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한 진전이 있어야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겉으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북·미 대화의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기류가 강하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워싱턴 정상회담을 통해 굳건한 한·미 동맹을 확인한 만큼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된 상황에서 미국이 선뜻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게다가 북한이 미국에 대화를 제안하면서도 선제적인 핵 포기 조치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도 회담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과 대화하는 데 전제조건을 두고 있고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고 말했다. 다만 북한의 제안에 대해 결정할 주체가 미국인 만큼 그 반응을 신중하게 기다리겠다는 분위기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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