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이식술, 손상된 연골 80% 이상 다시 생생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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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병원 정형외과 오광준 교수가 환자에게 무릎 연골 재생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건국대병원]

무릎 관절염 치료가 진화하고 있다. 닳거나 찢어진 관절 연골을 ‘수리’하던 개념에서 건강하게 되돌리는 ‘재생’으로 옮겨가고 있다. 건강한 연골·줄기 세포를 배양해 손상된 부위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연골 기능이 80%까지 회복한다. 하지만 마법처럼 모든 무릎 관절염 환자를 낫게 하는 건 아니다. 연령, 연골 손상과 다리가 휜 정도 등 환자 상태를 따져 치료해야 결과가 좋다.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오광준 교수에게 최근 이뤄지고 있는 무릎 연골 재생술의 종류, 시술 대상, 특징을 들었다.

황운하 기자

방치 땐 O자 다리 돼 인공관절 해야

무릎 관절염 환자가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2010년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50세 이상 관절염 환자는 24.2%다. 성별로는 여성 32.4%, 남자 14.7%다. 오광준 교수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퇴행성 무릎 관절염 환자가 늘고 있다. 스포츠 활성화에 따른 외상 증가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무릎 관절염 초기에는 뻣뻣하고, 통증이 있고, 열이 난다. 증상이 악화하면 조금만 걸어도 시큰거리고 붓는다. 증상은 계단을 내려갈 때 더 심하다.

 연골에는 혈관과 신경세포가 없다. 닳거나 찢어져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무릎 관절염으로 아픈 것은 뼈끼리 직접 부딪치기 때문이다. 손상된 연골부위가 넓으면 자연 치유되지 않는다. 증상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

오 교수는 “관절염을 방치해 증상이 심하고 심각한 O자형 다리로 변하면 일상생활이 힘들다. 결국 퇴행성 관절염 말기에는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상된 무릎 연골 되살려 치료

무릎 관절염 환자의 연골을 재생하는 치료가 늘고 있다. 크게 ‘자가 연골세포 이식술’과 ‘줄기세포 이식술’이 있다.

 오 교수는 “자가 연골세포 이식술은 관절 내시경으로 무릎 연골을 조금 떼 4주간 배양한 후 손상된 연골에 채워 넣는 치료”라며 “한 달 간격으로 두 번 치료받는 게 불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줄기세포 이식술은 두 종류가 있다. 환자의 골수를 이용한 ‘자가골수(줄기)세포 이식술’과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이다.

 오 교수는 “골수세포 이식술은 환자의 엉덩뼈(장골)에서 필요한 양 만큼의 골수를 채취한다”며 “원심분리기에서 연골 재생을 돕는 줄기세포를 분리한 후 연골이 손상된 무릎을 조금 절개해 이식한다”고 말했다. 시술 시간은 1시간 내로 짧다.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치료 약제를 사용한다. 손상된 연골 부위를 다듬고 탯줄에 있는 제대혈 줄기세포를 채운 후 봉합한다. 시술은 1시간이 안 걸린다. 오 교수는 “무릎 연골 재생 치료는 다리가 휘어진 정도가 경미한 관절염 환자에게 적합하다”며 “인대나 연골판 손상이 없는 경미한 연골 손상, 초·중기 무릎 관절염 환자도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젊으면 연골 이식 … 노인은 줄기세포 추천

무릎 연골 재생술은 인공관절 수술 시기를 늦추거나 막을 수 있다. 특히 환자 나이, 연골 손상 정도, 관절 변형 유무를 진단해 치료법을 결정해야 결과가 더 좋다.

 오 교수는 “자가 연골세포 이식술은 50세 전의 젊은 환자에게 적합하다. 배양할 연골과 주변 조직이 건강해야 치료 효과가 좋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골수세포 이식술도 연골이 손상된 50세 이하 연령에 추천된다”며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술은 건강한 연골과 골수세포가 상대적으로 적은 노인 환자에서 효과가 더 좋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무릎 연골 재생술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오 교수는 “관절염 때문에 O자형으로 휜 다리가 심하거나, 남아 있는 연골이 없는 환자”라고 말했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휜 다리는 우선 교정 절골술로 바로잡은 후 치료해야 한다. 연골이 없으면 씨를 뿌릴 텃밭이 없는 셈이어서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하다.

 무릎 연골 재생술은 시술 후 관리가 중요하다. 오 교수는 “이식한 연골·줄기 세포가 본래 연골처럼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8주 정도 보행을 제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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