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놀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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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동네앞에 아이들이 모여노는 작은 바위 하나가 있다. 주욱 기대어 서서 볕쪼임을 하며 재미있는 얘기를 하고 논다. 어떤때는 구슬치기도 하고 바위위에서 딱지도 친다. 앉을수도 있고 누워 하늘을 볼수있는멋진 놀이터다.
○…그런데 밤이면 이바위 놀이터가 수난을 당한다. 바위를 방파제로 어른들이 용변을 보기때문이다. 낮이면 마을아이들이 노는 장소가 이렇게 어른들의 부주의로 악취가 풍기게 된다.
아이들은 풍겨오는 냄새에 코를 실룩거리기도 하고 거칠게 욕을 하다가도 놀이에 열중하는 것이다.
나는 아침마다 이 바위를 씻기로했다. 그러나 김장철로 접어들자 높은지대라 물한동이도 어렵게 되었다. 집안사람들은 먹을물도 없는데 극성을 피운다고 잔소리가 심하다.
○…날씨가 더 차지면 씻어내어도 이내 꽁꽁 얼어버릴 것이다.
길을 가다가 「소변금지」경고문을 보면 어린이 놀이장소인 바위가 생각난다.
올겨울 아이들이 따뜻한 햇빛과 바위를 함께 잃을것을 생각하니 씻은 보람도 없이 마음이 아프다.

<김종한·33·회사원·울산시 성남동 94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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