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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찾는 몸부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신시 60년 1908년 육당의「해에서 소년에게」를 출발점으로 하여 발전해온 우리 신시는 사람의 인명을 단위로 잡을 때 이제 한 주기를 넘긴 셈이다. 이 지나간 주기를 결산하고 앞으로의 시 발전을 위한 토대를 굳히기 위한 「신시 60년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란 주제의「세미나」가 한국시인협회와「크리스천·아카데미」공동주최로 지난 10일 20여명의 시인들이 모인 가운데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렸다.
주제성표에 나선 박목월씨는 한국시단의 당면과제로 ⓛ외래적인 작품 기법과 사조에 대한반생이 있어야 겠고 ②한글 순화를 위한 노력과 현대시의 난삽성에 대한 반성 ③시인에게 있어서 가장 구체적인 극작의 재료인 문자를 제한시키는 정부의 한글전용안에 대해 시인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④시 번역에 노력을 기울여 우리시의 해외소개를 활발히 전개시켜야겠다는 등의 의견을 폈다.
(외국시 흉내 고쳐야)
시의 외래적인 것을 받아들이는 우리 시인의 자세에 대해서는 두 번째 주제발표자 정한모씨도 날카로운 발언을 했다. 정씨는 번역된 외국시를 읽고 그 번역작품과 비슷한 시를 쓰면 곧 새로운 시가 되는 양 생각하는 자세는 고쳐야 한다고 말하고 이질적인 것을 받아들일 때는 전통적인 것에 의한 저항이 강렬해야만 다음에 오는 수용의 결과가 유익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현대시는 전통적인 정형시의 세계에서 아무런 제한이 없는 무제한의 자유 속으로 뛰어듬으로써 시 형태에 대한 고민이 없었기 때문에 60년이 지나도록 형태면면에서의 전통이 서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리듬」의식 사라져)
김종길교수는 보다 구체적인 면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김교수는 우리 시증이 안고있는 문젯점을 지적하면서 요즘 발표되고 있는 시들은 세부에 대해 지나친 노력을 쏟은 결과 전체의 구성이 균형을 잡지 못하는 흠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씨의 형태면의 전통문제에 관해서는 우리 시가 종래의 갖고있던 시의「리듬」의식이 점차 몰락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인의 비평안필요)
이러한 현상은 우선 시인들이 비평안을 성숙시켜야만 바로 잡혀질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정부의 한글전용안에 관해서는 이 모임에 참가한 모든 시인들이 찬반론으로 갈려 열띤 토론을 전개했다.
김남조씨를 비롯한 반론측 주장은 문자자체가 갖는 독특한「이미지」와「뉴앙스」때문에 시에 한자를 포함한 모든 문자를 쓸 권리를 시인은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고, 김종해씨를 비롯한 찬론의 요지는 시에서 한문을 제거하면 한문에 대치할 한글표현의 필요 때문에 한글표현을 풍부히 할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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