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의 결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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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동생 연이가 결혼을 하게되었다. 신랑될 사람은 재작년에 제대한 키가 후리후리한 국민학교교사인데 큰 키와는 달리 꼼꼼한 성격이라고 한다. 연이와는 중매결혼이다. 연이와 나는 몇년후로 미루는 것이 좋겠다고 했지만 『계집애 나이 스물이 넘었는데…』하시며 서두르시는 부모님께 손을 들고만 것이다.
○…연이는 나보다 두살 아래인 스물한살밖에 안 되었지만 부모님의 생각때문에 벌써 결혼을 하게 된것이다. 나는 무엇인가 연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연이가 저도 모르게나를 염두에두고 어색해 하지는 않을까하고.
그러한 감정들이 내 마음을 꼭누르는 것 같아서 말할 수 없이 명랑하게 지내던 남매의 사이였지만 전과같이 연이를 대할수가 없게 되었다.
○…하지만 연이는 그렇지도 않은가보다. 오빠인 나보다 앞서서 결혼하게된 것이 미안(?) 하지도 않은지『오빠, 이제부터 오빠는 오빠일 자격이 없지? 서운하시겠지만 오빠가 결혼할 때까지는 내가 누님이 될께』하고 활짝 웃으며 나를 놀려대지 않는가. 『그렇케 하자, 그렇게. 제발더의 명랑한 성격이 변하지 않게쯤 노력해다오.』혼수감 장만하느라 정신없는 연이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려본다.<조규상·23·농업·전남 보성군 율어면 유신리1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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