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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경제교육]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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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우리는 경제적으로 살림을 꾸려간다는 의미를 소극적으로 해석하기 쉽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적게 쓰고 많이 얻는다는 게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팔남매 중 넷째인 나는 전남 구례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자랐다. 선친이 정미소를 한 관계로 어렵지 않게 살았지만 어릴 때를 되돌아보면 항상 부족한 듯이 살았던 것 같다.

친구들이 운동화를 신고 다닐 때 나는 항상 '진짜 타이어표 검정 고무신'을 타의에 의해 애용해야만 했다.

지금으로 치면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부친은 자식들의 교육비 이외에는 엄격한 원칙을 가지고 지출을 통제하셨던 것 같다. 평생을 허름한 구두와 평상복으로 사셨지만 우리 집에서 사촌 형제들이 같이 살면서 학교를 다녔고, 70년대엔 집으로 거지들이 떼로 몰려와 밥과 김치를 얻어가곤 했다.

나는 한동안 밥에 물을 부어 먹는 버릇이 있었다. 밥을 먹다가 종종 나오는 돌 때문에 이런 버릇이 들었다. 정미소를 운영하는 집에서 밥에 무슨 돌이냐고 묻겠지만 거기에는 사정이 있다. 부모님은 정미소에서 나오는 좋은 쌀은 내다 팔고 정미소 바닥에 떨어진 쌀을 주워 조리질을 해 우리에게 밥을 해주셨던 것이다.

물론 바닥에 떨어진 쌀을 줍는 것은 우리 형제들의 몫이었고 거기서 일정 규모의 용돈이 나왔다. 소학교만 나온 부친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식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경제 교육을 시키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자란 나는 가정에서의 경제 교육이란 다름아닌 선택과 집중의 문제를 아이들에게 잘 이해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로 하여금 써야 할 것과 아껴야 할 것을 구분하도록 이끌자는 것이다. 마땅히 써야 할 것은 선택해 충분히 쓰되 쓰지 않아도 될 것은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원칙 있는 배분과 절제를 철저하게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 부모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치신 교훈의 절반만이라도 내가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면 우리 아이들이 돈을 어떻게 벌고 써야 하는지 깨달을 것이다.

자산운용사를 경영하는 나는 지금도 이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제한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인 곳(주관적.객관적 가치기준)을 선택해 집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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