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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생산성 높이는 클라우드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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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창조경제란 말처럼 쉽지가 않다. 창조가 시작되면 기존 생태계의 저항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인 시장 실패가 일어난다. 1900년대 초 미국에서 자동차산업 창조가 일어났다. 포드자동차가 T형 모델의 대량생산에 성공한 것이다. 기존에 화물 운송을 맡아왔던 철도회사가 로비로 자동차 확산을 막으려 들었다. 철도업체의 저항으로 자동차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고속도로 건설이 중단됐다. 1930년대 미국에서 고속도로 준공이 거의 없었던 이유다. 결국 40년 펜실베이니아에서 미국 최초의 유료고속도로 턴파이크가 건설되면서 자동차산업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됐다. 박근혜정부 창조경제의 성패는 이런 기존 생태계의 저항을 어떻게 잘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동차와 같은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허다하다. 스마트그리드라는 창조활동의 확산이 지지부진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란 기존의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전기 사용 관련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할 수 있는 차세대 전력망 사업이다. 지금처럼 전력난이 심각한 즈음에 빨리 채택해 볼 만한 사업이다. 그러나 스마트그리드를 두고 전력업체와 IT업체 간 기싸움만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창조 과정에서는 반드시 기존 생태계의 저항이 따른다. 그 결과 어렵게 개발된 창조활동이 사장되기도 하고, 다른 나라에서 창조 성과가 먼저 나타나 버리기도 한다. 창조경제의 하나의 시험대는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다. 사용자가 정보기술(IT) 환경을 개별적으로 구축하는 대신 클라우드를 통해 인프라를 공동으로 구축하면 비용·공간·에너지 절감 측면에서 커다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낮은 이유 중 하나가 대기업에 비해 훨씬 낮은 생산 현장의 스마트화 비율이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사업자를 중소기업 스마트화 플랫폼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이것이 호킨스의 ‘창조적 생태환경(Creative Ecology) 조성’이다. 창조경제의 싸움은 누가 빨리 창조적 생태환경을 조성해 기존 생태계의 저항을 신속하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때 만들어지는 플랫폼에는 콘텐트·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CPND)를 포괄해야 한다. 플랫폼에 대한 이해 없이는 개별적인 ‘디바이스 전투(battle of divice)’에서 이기고 ‘생태계 전쟁(war of ecosystem)’에 지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창조활동에는 시장만이 아닌 ‘보이는 손(visible hand)’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창조정부는 플랫폼과 생태계를 모두 볼 수 있어야 한다. 또 창조활동을 방해하는 시장 실패에 정책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이것이 정부의 핵심적인 역할이다. 창조의 적은 과거라는 것을 의식해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라고 ‘미래’ 단어를 강조하고 있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