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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모터사이클 '씽씽' … 지난해 판매량 83%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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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BMW 모토라드 뉴 R1200 GS(左), 할리데이비슨 울트라 클래식(FLHTCU)(右)

지난해 수입차 신규등록 대수는 13만858대로 점유율 10%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런 ‘네 발 수입차’보다 더 가파르게 성장한 것이 있다. 바로 ‘두 발 달린 수입차’다. 한국이륜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판매된 수입 모터사이클은 1만5058대로 전년(8223대)보다 83.1% 증가했다. 전체 판매량 중 수입 모터사이클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0년 7.6%에서 지난해에는 20.3%까지 높아졌다. 현재 협회에 등록된 수입 모터사이클 브랜드는 BMW 모토라드(독일), 두카티(이탈리아), 할리데이비슨(미국), 혼다(일본), 스즈키(일본), 킴코(대만) 등 6개 업체다. 베스파(이탈리아), 야마하(일본) 등 회원사가 아닌 업체의 판매량까지 합치면 점유율은 더 높아진다.

 성장세가 가장 돋보이는 브랜드는 BMW 모토라드다. 지난달 28일 경기도 이천 BMW 부품물류센터에서 열린 브랜드 창립 90주년 행사에서 배텔스 BMW코리아 부사장은 “BMW 모토라드는 지난해 배기량 500cc 이상 글로벌 대형 바이크 시장의 12.4%를 점유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과 아르헨티나·남아프리카공화국 등 3개국은 점유율이 30% 이상”이라고 밝혔다. BMW 모토라드가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한 모터사이클은 1107대. 국내 대형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마의 고지’로 불리던 1000대를 처음으로 넘었다. 올 1~4월 판매량도 46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대 이상 많이 팔렸다. 여세를 몰아 지난해 9월엔 주력 모델 치고는 낮은 배기량인 647cc짜리 바이크 ‘C 650 GT’를 출시했다. BMW 자동차가 중·대형 모델을 앞세워 인지도를 높인 후 소형 모델로 외연을 넓혔던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BMW 모토라드 코리아 관계자는 “앞으로 본사 차원에서 인도 회사와 제휴해 저배기량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일명 ‘최민수 오토바이’로 유명한 미국 클래식 모터사이클 브랜드 할리데이비슨도 지난해 1072대를 판매했다. 올 1~4월 판매량도 460대로 지난해보다 100대 가까이 늘었다. 꾸준히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용인·대전·부산 등에도 전시장을 새로 마련했다. 주 고객은 평균 나이 43.2세의 중년 남성 자영업자 또는 직장인이다. 할리데이비드슨 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정부의 특별소비세 인하 등에 맞춰 가격을 즉시 인하한 것이 적중했다”고 분석했다. 이탈리아 경주용 모터사이클 브랜드 두카티도 지난해 200대를 판매하며 자체 신기록을 세웠다. 올 4월에는 8개 모델을 한꺼번에 출시하기도 했다. 두카티 코리아 관계자는 “경주용 모터사이클 이미지가 강했던 과거와는 달리 일반 애호가들도 많이 찾기 시작했다”며 “올해는 300대 이상 판매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기량 125cc짜리 스쿠터부터 1000cc가 넘는 대형 모터사이클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혼다와 스즈키도 각각 지난해 판매량 6177대, 2839대를 기록해며 브랜드 자체 최대 기록을 세웠다. 혼다는 다음달 배기량 109cc짜리 ‘슈퍼커브’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한다. 1958년에 출시된 후 반세기 동안 7600만 대 이상 판매된 ‘빨간색 중국집 오토바이’의 시초다.

 수입 모터사이클 시장의 급성장은 모터사이클 레저 인구의 증가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할리데이비드슨 관계자는 “세단을 산 후 레저용 ‘세컨드 카’로 스포츠카를 찾는 소비자들의 일부가 대형 모터사이클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유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수입 모터사이클 구입 장벽도 낮아지고 있다. 매달 10만원대만 지불하면 수입 모터사이클을 소유할 수 있는 다양한 할부 금융제도가 도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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