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클린의 결혼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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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재클린」의 결혼식은 20일 「이오니아」해의 「스코트피오스」섬에 거행된다. 지난 5년동안 풍설도 많던 「애수와 회의의장」도 이제 끝이 나는가보다. 그가 만일 미국대통령의 부인이아니었던들 스스로의 길은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서 벌써 결정되었을지도 모른다.
『오, 노!』의 비탄이 아직도 이 지상의 많은 사람들의 귀에 남아있는한, 더러는 그세기의 미망인에 대해 터무니없이 「센티멘틀」한 상상의 날개들을 펴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평생수절을 하리라는, 더욱 극적이며 감상적인 기대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일을 역시 인간답게 처리한 「재키」의 결혼선언이 지금 별로 놀라울 것도 더구나 충격적일 것도 없다. 이제는 오히려 돈많고 여자설득의 사교가 능한 「오나시스」옹의 행운에 관한 상상의 날개를 펴는 것이 더욱 흥미진진하다. 그의 인간편력과는 너무나 뚱딴지같은 「아리스토텔레스·소크라테스」라는 이름과 함께 「오나시스」옹은 6순의 나이에 마치 화려한 종장이라도 장식할 양으로 또다시 「세기적 쾌남선언」을 하게 되었다.
이들의 결혼식이 거행될 「스코르피오스」섬은 우리나라와 위도가 같은 「이오니아」해의 38도선남방에 있다. 「이오니아」해는 연중최저기온이 영상을 넘는, 그러나 제주도보다는 훨씬 따스한 곳이다. 남빛바다의 수평선을 심심치 않게 어지럽히는 섬들이 올망졸망하며 이곳에는 어딜가나 「올리브」나무가 무성하고 「이오니아」해풍의 특산물인 「포도」가 달고 향기롭기로는 더 이를 데 없다.
영국시인 「바이런」이 「그리스」의 독립전쟁에 참가했을때 그는 못내 이 「이오니아」해의 포도맛과 그술맛을 잊지못했다고한다. 「바이런」이 전장에서 피로와 고열에 못이겨 객사한 것도 바로 「이오니아」해에서였다.
「오나시스」옹의 결혼식을 앞두고 「스코르피오스」섬주변의 해안경비는 삼엄해졌다고 외신은 전한다. 무장한 경비병들의 「모터보트」소리가 요란한 모양이다. 이섬은 「오나시스」가 63년에 3만5천 「파운든(한화로 2천2백만원)로 사서, 개인왕국을 차려놓은 낙원이다.「오나시스」도, 어쩌면 「재클린」자신도 「뉴스맨」의 접근을 일절 막고있다. 그럴수록 세인의 호기심도 불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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