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재 중학생중 절반 내신 나빠 특목고 진학 꿈 접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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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간 서울 한성과학고의 과학 영재반에서 영재교육을 받은 서울 C중학교 졸업반 崔모(15)양은 오는 15일 발표될 일반계 고교 배정을 기다리고 있다.

천재들만 모인다는 영재반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개인탐구상을 받기도 했던 崔양은 과학고 진학을 희망했지만 중학교 내신성적이 좋지 않아 원서조차 낼 수 없었다.

서울과학고 수학.정보 분야 영재반을 다녔던 서울 D중학교 金모(15)군도 같은 사정으로 과학고에 원서를 낼 수 없었다.

이들처럼 2001학년도에 서울시교육청에 의해 영재아로 선발된 뒤 2년간 서울.한성과학고 영재반을 다닌 중학교 영재아는 모두 80명. 이들 가운데 44명(55%)이 崔양과 마찬가지로 올해 일반계 고교로 진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본지가 영재반 수료자 80명이 다니는 학교에 일일이 전화 조사한 결과다. 이들 중 대다수는 과학.외국어 영재 교육을 목표로 한 특수목적고교(과학고.외국어고)와 자립형사립고(민족사관고)등을 지원했거나 지원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들 학교의 면접.구술고사에서 탈락했거나 중학교 내신성적이 좋지 않아 일반계 고교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특목고의 벽이 그만큼 높았던 것이다.

특히 한성과학고 과학영재반에 속한 영재아 35명 중 80%인 28명이 일반계 고교로 진학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조석희 박사는 "현재처럼 내신과 수능이 중시되는 입시체제에서는 영재아도 벽을 넘기 힘들다"며 "특별전형 확대 등을 통한 입시문제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어디로 많이 갔나=영재반 출신자 중 26명(32.5%)은 서울.한성과학고에 진학했으며, 영재고교로 개편된 부산과학고와 자립형 사립고로 지정된 민족사관고엔 각각 한명씩 합격했다.

민족사관고는 미국 하버드.예일대 등에 합격생을 많이 내고 있다. 영재아들이 이들 학교에 진학한 비율이 예상보다 높지 않은 것은 지원자격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

중학교 재학 중 규모가 큰 경시대회에서 수상 실적은 기본이고 이것이 없다면 전체 석차 상위 3%(서울과학고 일반전형)이내에 들어야 입시에서 마음을 놓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교육청이 9일 공개한 '한성과학고 영재반 운영보고서'에 따르면 영재반 학생들의 중학교 석차백분율 평균이 상위 2.8%였다. 이에 따라 경시대회 수상 실적 등이 없는 영재들은 과학고를 지원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영재아 출신 지역은=올해 고교에 진학하는 영재아 80명의 출신 중학교와 주소 등을 분석한 결과 서초구(13명).송파구(12명).강남구(8명) 등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목동 지역이 속하는 양천구(6명)를 포함할 경우 이들 4개구의 영재아가 절반 가까이 된다. 이에 반해 영재아로 선발된 학생이 없는 서울시내 구도 5개였다.

이런 쏠림 현상에 대해 한성과학고는 운영결과 보고서에서 "서울시내 지역별로 학력 편차가 크기 때문"이라며 "교육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은 지역 학생들이 영재 판별검사에서도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강홍준.김정하 기자 <kang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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