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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영근다(3)황금물결 만경평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나는 새도 쉰번은 쉬어야 간다는 금만경들. 파란 하늘가로 지평선을 그어 뻗어 나간 벌판 위엔 황금의 물결이 인다.
들 한 가운데를 두 줄로 질러 흐르는 동진강과 만경강을 양편에 끼고 펼쳐진 만경창파 넓은들.
남쪽의 아슴푸레한 무악산을 발끝으로 친다면 사방 1백50여리. 그저가 없는 들에 오곡은 무르익어 풍요가 물결친다.
호남의 곡창 금만경 평야에는 올해의 극심했던 한 해도 외면했다. 『올해는 대풍작이여….』 벼를 베던 김말석노인 (62)은 흥에 겨워 숨찬줄을 모른다. 그의 구리 빛 이마엔 수확을 걷는 땀방울이 석양에 번쩍인다. 『완전 수리답이라, 올 같은 가뭄에도 가물을 몰랐다』는 노인은 손을 들어 들판을 가로 지른 제방을 가리킨다.
유서 깊은 벽골제-. 먼 옛날 삼한시대 이래 바다를 막아 들을 이루고 그 들판에 수로를 만들어 오늘날의 옥답을 만들었다.
이조태종때는 탐나를 비롯한 전국 각처 장정l만 여명이 벽골제의 제방을 보수하는데, 동원되었다는 그런 들이었다. 그 때 부역이 끝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장정들은 진흙묻은 짚신을 털어 뫼를 이루었다. 지금 초혜산 (금제 .군부량면소재)의 유래가 그것이었다.
호남미 중에서도 김제쌀은 그질이 으뜸. 쌀알의 색깔이 노랗고, 여문 것은 물론 윤기가 조르르 흐른다. 『종자가 놀림 6호와 29호, 팔굉으로 썩좋은 놈인데다가 토질이 좋아 병에 강하고 쌀이 기름지다』는 동진토조 농무과장 조인곤씨의 말. 일제땐 호남굴지의 지주였던 일본인 「교본」이 해마다 일본 천황에게 김해쌀을 진상했었다고. 『요즘 얄미운 상인들이김제쌀을 경기미로 속여판다』고 조합원 고두철씨(40)가 상혼을 나무라기도 했다.
김해평야에서 나는 쌀은 연간 70만석. 동률조합장 이석자씨는 『서울 사람들은 하루 세끼중 한끼를 전북쌀을 먹는 줄을 모를 것』 이라면서 총 생산고의 3분의1이 전북쌀이고, 그중 1할이 김제쌀임을 강조한다.
수리시설도 전국에서 으뜸, 납진제를 비롯, 능제, 흥덕제등 저수지가7개. 3만 경보의 전몽리 지역에 물을 대고도 남는다.
놀진 들길엔「벼베기에 바쁜 어른들」의 저녁밥을 나르는 아낙네의 발걸음이 가볍고 아이들은 뒤를 쫓는다.
철없는 고추 잠자리가 논 가운데 우뚝선 허수아비 보리짚 모자에 살폿 앉는다. 고개숙인 이삭에 메뚜기 한마리 이삭이 춤을 추면 메뚜기는 곡예를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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