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배상면 국순당 창업자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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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간 전통주 외길을 걸은 배상면(사진) 국순당 창업자가 7일 숙환으로 타계했다. 89세. 고인은 사라진 우리나라 전통주를 대중주로 부활시켰다. 맥주·소주가 주를 이루던 대중주 시장에 전통주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주역이었다. 한 달 전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가 회복하지 못하고 이날 눈을 감았다.

 고인은 1924년 대구에서 태어나 50년 경북대 농예화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시절부터 미생물 연구반을 조직하면서 누룩 연구에 몰두했다. 52년 대구에 기린 주조장을 경영하며 60년엔 쌀을 원료로 한 ‘기린 소주’를 만들어 냈다. 55년에는 ‘이화’라는 이름의 약주를 생산하기도 했다. 82년 옛 문헌에서 찾아낸 생쌀발효법에 의한 전통술을 토대로 제조특허를 획득하고, 이듬해 국순당의 전신인 배한산업을 창립했다. 91년 개발한 ‘백세주’가 큰 히트를 치면서 본격적으로 대중 전통주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는 90년대 초반부터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배상면주류연구소를 설립하고, 누룩 연구와 후진 양성에 매진해 왔다. 평소 “한국을 대표할 만한 우리 술을 만들기 위해 생의 마침표를 찍는 날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구하고 또 연구할 것”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 말처럼 입원 전까지 전통주 연구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국순당 관계자는 전했다. 고인의 호도 ‘또 누룩을 생각한다’는 의미의 ‘우곡(又<9EAF>)’이다. 2남1녀도 전통주 연구라는 가업을 계승했다. 장남 중호씨는 국순당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장녀 혜정씨는 배혜정도가, 차남 영호씨는 배상면주가의 대표다.

 유족은 부인 한상은씨와 아들 중호·영호씨, 딸 혜정씨, 사위 김희철(한국효소 대표이사)씨 등이다. 빈소는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0일 오전 8시다. 02-3010-2000.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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