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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의 탈바꿈 이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현대회화 10인 전이 그 세 번째 전시를 신세계 화랑서 갖고 있다.(17일까지)
미술의 시대적 표현을 추구하는 온당하 뜻에서의 미술가들에게 해마다 베풀어온 이 전시는 이른바「발표의 기회균등」이라는 실제적 기틀을 마련해온 것으로서 높이 평가되어왔다.
오늘의 미술이 기술적 정압 분업의 테두리에서 훨씬 벗어나 그가 놓여진 환원(사회)의 제반 현상에 대한 반응으로 높여지는 예술적 생명선언으로 특징지어지는 것이고 보면 이러한 생명의 공감이「심사」의 그것보다도「초대」의 성질로 공개되어 옴은 시대의 상식으로 되어있다.
그것은 공존이라는 의식의 제기이며 여느 보편적 미의식의 참가이기보다 그러한 미의식에 맞걸어서 내세우려드는 각개의 생명에 오히려 편을 드는 것으로서 두드러진다.
다시 말하여 여태까지의「나」가「너」에게 직류하는 교통으로서의 예술이 아니라「우리」가「우리」에게 교류하는 근본적 물음인 예술형질(소인)을 잉태하는 것이므로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아무 뚜렷한 문제의식도 제기치 앉는「현대」(contemporaim)전은 그것이 미술의 모임일는지는 몰라도 시대의 모임일 수는 없다.
10년 가량의 세월을 두고 이른바 현대작가로 지목되어온 우리나라작가들의 작품소개를 우리는 해마다 보아왔다. 이번 전시도 대체로 우리들이 낯익혀온 예년의 작풍들은 초대작가들을 다시 내걸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이번에 기어이 지적해야만 될 것은 몇몇 작가들이 초대되었다는 이름석자만을 미끼로 무슨 속죄부나 내미는 것 같은 참가태도에 대한 불만이다. 왜 정당하게 사퇴할 긍지를 못 갖는가.『올해는 작품을 못했노라고….』내년이라는 미래의 기습은 두렵고 초대되었다는 지난해인 과거의 안정만을 과시하려는 것으로밖엔 해석할 수 없으며 옳지 못한 예술의 태도라고 여겨진다.
이런 가운데서도 이번 새로 초대된 두 중견의 건재는 자못 고무적이었다. 어수선한 백화점의 그것보다도 다소곳하게 제자리를 지켜온 한 전문점의 미더움이라고나할까. 이들의 형체지식에 대한 지적검증은 생명근원의 씨앗을 밝혀내려는 것으로 보여지며 작품「68」의「시리즈」에 있어서는 온당한 뜻에서의「변모」를 여실히 눈여길 수 있었다. 형체어휘의 꾸준한 추구가 예년의 뇌파계에 의지하던 그것에서 굽이굽이 치솟는 현대의 맥동으로 탈바꿈을 이룩했다.
또 하나의 지평선을 제시하는 작품「전설」은 북방의 신비를 그의 특이한「토테믹」의 선율과「아니마토」의 가락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여기서 말한 지평선이란 사람의 걸음걸이 같은 숨결로 이루어진 문명의 조우였을 경우를 암시하는 뜻으로 상징될 수 있다.)

<미술평논가>
유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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