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는 베컴에게 감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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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를 본선에 오르게했던 것은 데이비드 베컴이 그리스 전에서 보여준 숨막힐 듯한 프리킥이었고 이것은 지역예선 내내 놀라운 활약을 펼친 그의 멋진 마무리였다.

그리고 금요일 밤 삿포로에서 멋진 페널티 킥으로 아르헨티나를 꺾으며 돔 구장 안에 있던 수천 명의 잉글랜드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몰아넣은 사람도 역시 다리 골절에서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미드필더 베컴이었다.

베컴이 자신의 셔츠를 움켜쥐고 팬들 앞으로 달려오자 팬들은 자축하며 기뻐했다.

그러나 그곳에 있던 잉글랜드 팬들 중에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아르헨티나 전에서 베컴이 퇴장당하는 모습을 경악 속에서 지켜봤던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때 그들은 베컴 때문에 잉글랜드가 우승 기회를 잃었다고 아우성쳤다(잉글랜드는 마지막으로 결승에 올랐던 때는 1966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 잉글랜드 선수 두 명이 실축했을 때 베컴은 운동장에 있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팬들은 간과한 것 같았다.

심지어 축구장 바깥에서는 베컴의 인형이 교수형 당하기도 했다. 어이없게도 베컴이 다시는 대표팀에서 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때 그들의 바램이 이루졌다면 며칠 전 아르헨티나 전에서 아주 좋은 경기를 펼쳤던 잉글랜드 팀은 일본에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베컴이 불안정하다고 보는 팬들은 여전히 있다. 이들은 잉글랜드가 40년 만에 최고의 성적을 올리기를 갈망한다. 그러나 이들은 잉글랜드 우승을 향한 베컴의 집념이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일부 팬들은 그를 확실히 믿는다. 그러나 4년 전 생 테티엔느의 기억이 너무 생생한 사람들도 있다.

변덕스런 축구 팬들은 고국 최고의 선수가 자신들에게 월드컵을 안겨줄 것을 요구하는 것 같다. 그래야 마침내 그들은 용서하고 잊어줄 듯하다.

Patrick Snell (CNNSI) / 이인규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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