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서가] 'ON & OFF'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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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ON & OFF/이데이 노부유키 지음,정유선 옮김/청림출판 1만2천원

'소니'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트랜지스터 라디오나 소형 녹음기 워크맨, 베가(WEGA) 등 소니의 TV, 노트북 컴퓨터 '바이오' 등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젊은이들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아이보(소니가 만든 애완견 로봇)를 내세울지 모른다. 취미에 따라 소니라는 이름을 음반이나 영화와 연결시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 브랜드 소니의 영역을 이처럼 넓힌 원동력은 무엇일까. 소니의 3세대 지휘자 이데이 노부유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수직.수평적으로 끊임없이 뭔가를 추구하며 발전하고 있는 소니의 속성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법하다.

1995년부터 소니의 사장을 맡았고, 2000년 6월 소니의 회장이 된 저자는 전통적인 가전 왕국 소니를 디지털 시대의 선두주자 중 하나로 거듭나게 했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난 4년간 틈틈이 회사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던 글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소니 직원들을 대상으로 쓴 글이지만 광속(光速)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소니의 최고경영자를 사로잡고 있는 화두는 '연속과 비연속'이다. 소니의 비즈니스는 연속선상에서 이어가야 할 부분과 비연속적 개념으로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공존하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연속적인 비즈니스는 과거의 단점을 개선한 뒤 지금보다 훨씬 스피드를 내서 진행해야 한다. 반면 기술 혁신 등으로 인한 비연속성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관해서는 다음 '파장'을 찾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소니가 경쟁에서 승리해 계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두가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저자는 계속 주문한다. 과거의 연장선상에 미래는 없다는 것이다.

'연속과 비연속의 개혁'을 함께 이뤄내기 위해서는 '경이의 감정'이 소중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레이첼 카슨의 에세이집 제목인 '경이의 감정(Sense of Wonder)'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날 때의 두근거리는 마음, 무언가를 발견할 때의 기쁨, 미지의 세계에 순수하게 감동하는 기분이다. 소니라는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두근거리는 마음'과 '꿈'을일깨워주는 회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 제목인 'On & Off'를 일반적인 개념과 달리 설명한다. 회사 일(On)에만 얽매이지 않고, 직장 내부의 일과는 무관하게 바깥 세계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남다른 흥미나 취미를 갖는 것, 즉 자기 나름의 Off의 세계를 가져야 한다는 충고다.

이렇게 되면 Off 세계에서의 지식 축적이 어느 새 회사 일(On의 세계)에서의 성과로 이어지는 등 바람직한 순환이 이뤄진다는 뜻에서 붙인 제목이라는 설명이다.

저자의 골프.와인.여행 경험과 피터 드러커.빌 게이츠 등과 나눈 이야기, GM이나 네슬레 등의 사외이사로서 활동하며 느낀 점 등을 마치 차를 마시며 얘기하듯 편안하게 풀어놓은 대목들에선 저자의 향취가 느껴진다.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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