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될 아이디어 사업화 손쉽게 … 현장 "액션플랜 부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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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형 성장에서 창의성에 기반한 선도형으로’. 박근혜정부의 캐치프레이즈인 창조경제 실현 계획이 5일 발표됐다. 전날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내용이다. 지난달 15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표한 ‘벤처·창업 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에 포함된 ▶창업 생태계 조성 ▶벤처·중소기업 지원책 등 두 가지 전략을 내놓은 데 이어 이날 ▶신산업·신시장을 위한 성장동력 창출 ▶글로벌 창의인재 양성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 혁신역량 강화 ▶창조경제 문화 조성 등 총 6대 전략이 추가됐다. 구체적인 수치가 부족하고 큰 그림만 보여주다 보니 액션 플랜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래창조과학부 노경원 창조경제기획관은 “이번 달부터 8월 이후까지 구체적인 세부 실천계획이 줄줄이 발표된다”고 말했다.


비타민은 우리 몸의 활력을 위해 꼭 필요한 물질이다.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외부에서 흡수해야 한다. 정부는 과학기술과 ICT를 활용해 농업(A)·문화(C)·환경(E)·식품(F)·정부(G)·인프라(I)·안전(S) 분야를 포함하는 ‘창조경제 비타민 프로젝트’를 가동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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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기기로 농작물 재배 상황을 실시간 확인하는 ‘스마트팜’(농업분야 비타민A), 바코드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소가 자란 곳과 도축 일자 등이 바로 뜨는 ‘장수 한우 전자라벨’(식품분야 비타민F) 등이 앞으로 키워나가야 할 대표적인 비타민 사례다. 노경원 기획관은 “미래부는 부처 간의 융합을 지원하고 기존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창조경제의 비타민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비타민 프로젝트 성공사례를 발굴하기 위한 키워드는 창의성과 융합, 그리고 부담 없는 사업화다. 누구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투자를 받아 창업할 수 있고, 문화적인 요소 또는 인근 분야와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미래부가 제시하는 청사진이다. 과거처럼 벤처 붐을 일으키기 위해 하드웨어 인프라를 확충한다는 내용은 없다. 오히려 소프트웨어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신산업 창출에 집중한다.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보안전문인력도 2017년까지 5000명을 양성한다. 음악·영화·게임·애니메이션(캐릭터)·뮤지컬 등 ‘5대 킬러 콘텐트’를 중심으로 디지털 콘텐트를 육성할 방침이다.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도 다양해진다. 정부 연구개발(R&D) 투자 중 기초연구의 비중을 올해 36%에서 2017년 40%로 확대하고, 미래 도전형 모험연구 사업과 혁신 도약형 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창의적·도전적 연구를 활성화한다. 또 연구자들이 연구성과를 사업화할 경우 이를 적극 지원키로 했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별로 특화된 산업 분야에 대해 창업지원펀드와 연계한 기술사업화를 종합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5000억원 규모의 미래창조펀드를 조성하고 창의적 아이디어가 시장성이 큰 특허로 이어질 수 있도록 올해 안에 2000억원 규모의 특허 투자펀드도 만든다.

 이처럼 창조경제의 실현을 위한 큰 그림이 제시됐지만 산업현장 분위기는 밝지만은 않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준석 클라쎄스튜디오 대표는 “창조경제 발표의 핵심은 창업과 융복합인데 이는 업계에선 이미 5년 전부터 해온 얘기”라며 “무작정 교육을 통해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술자를 양산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성 있는 인재가 적절한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기술환경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창조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필수인데, 규제완화를 비롯한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KAIST 경영대학의 이창양 교수는 “벤처나 경제적 약자를 선별해 지나치게 보호하거나 지원하는 정책은 피해를 보는 쪽이 생기게 마련이기 때문에 경제 전체의 활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창의성이 발을 뻗지 못하는 우리 문화와 교육실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다양한 창의적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천편일률형 학생 선발 방식과 커리큘럼 등 대학교육을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드투페이퍼 전해나 대표는 “예술고등학교에서 자기 주도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게 대학 진학 후 창업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순위경쟁·입시 위주의 한국 사회가 창의성을 강조하도록 변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심재우·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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