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서 기초화장품 안 팔리는 이유? 저가 브랜드에 물어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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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저가 화장품 브랜드들이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기초화장품으로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백화점 브랜드만 찾던 사람도 이제는 저가 브랜드에 눈길을 줄 정도다. 사진은 국내 저가 화장품 브랜드 매장이 몰려 있는 명동. 김경록 기자

한국 여성은 기초화장품을 많이 사용하기로 유명하다. 2011년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국내 여성 3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20대는 기초화장품을 평균 3.3개, 30대는 3.4개, 40대 이후는 4.2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랑콤연구소 베로니크 델뷔느 소장은 “한국 여성이 기초화장품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며 “보통 6~9단계나 바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국내 백화점의 기초화장품 매출은 떨어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4월 봄 정기세일에서 전체 매출은 8% 늘었지만 화장품은 -1.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갤러리아백화점도 2009년까지 매년 20%를 넘나들던 화장품 매출 신장률이 2010년 이후 평균 5%대로 떨어졌다. 백화점 화장품 바이어들은 “고가 기초화장품을 쓰던 이들 중 상당수가 저가 브랜드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백화점 매출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품목은 해외 유명 브랜드의 10만원대의 고가 에센스 제품이다. 2~3년 전부터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받는다는 논란이 일었다. 때마침 국산 저가 화장품 브랜드숍이 속속 생겨나면서 많은 여성이 화장품 갈아타기에 나섰다. 값은 싼데 품질은 큰 차이가 없다는 입소문이 한몫했다. 미샤는 SK-II의 페이셜 트리트먼트 에센스 빈 병을 가져오면 자사 에센스를 증정하는 식으로 비교 마케팅을 하며 고객을 끌어모았다. 주부 김재희(33·방배동)씨는 “처음엔 얼굴에 뭐가 날지 모른다고 걱정하면서 속는 셈 치고 2만~3만원대의 저가 제품을 샀다”며 “막상 써보니 질이 별로 떨어지지 않더라”고 말했다. 미샤의 성공 이후 더페이스샵,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등 저렴한 스킨케어 화장품을 내놓는 국내 브랜드숍이 속속 등장했다.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 기초화장품 판매가 한풀 꺾였지만 샤넬만은 예외다. 오히려 매출이 늘고 있다. 정준용 갤러리아백화점 화장품 바이어는 “샤넬이나 디올 같은 패션 브랜드의 화장품은 여전히 매출이 좋다”며 “특히 립스틱과 향수 매출이 증가세”라고 소개했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샤넬 백을 사지는 못하지만 같은 브랜드의 수만원짜리 제품으로 ‘스몰 럭셔리’를 향유하려는 경향에 힘입은 결과다. 이에 따라 백화점 업계에선 주요 백화점 화장품 매출 1위를 수년째 지키던 키엘이 올해는 샤넬 화장품에 왕좌를 내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윤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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