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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병행 수입이 뭔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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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일러스트=강일구]

Q 올 3월부터 수입업자가 명품 브랜드를 수입할 때 세관에서 주는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가 대폭 확대됐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정부와 관세청이 수입품 가격을 내리고,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적혀 있었어요. 정부가 병행수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겠다는 언급도 있었습니다. 대형마트 같은 곳들도 병행 수입 제품 판매를 크게 늘린다고 하는데 병행 수입이 도대체 무엇인가요. 그리고 병행 수입물품 통관인증제는 또 무엇인가요.

A 틴틴 여러분의 옷장에 한 벌쯤은 들어 있을 법한 갭·리바이스·폴로 같은 브랜드는 국내 브랜드가 아닌 해외 브랜드예요. 여러분의 엄마·언니·누나들이 쇼핑할 때 좋아하는 페라가모·펜디·프라다 같은 명품 브랜드도 마찬가지지요. 이탈리아·미국·프랑스 등 다양한 나라의 브랜드들입니다.

이런 브랜드를 들여와 국내에서 팔려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하나는 ○○○코리아 같은 해외 브랜드의 한국 지사나 수입 대리점을 통해 수입해 판매하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해외에서 이런 제품을 파는 도매상과 직접 접촉해 물건을 대량으로 들여와 판매하는 것이지요. 두 번째 방법이 바로 ‘병행 수입’이에요. 다시 말하면 해외 상품의 우리나라 독점 판매권을 가진 업체가 아닌 다른 수입업자가 물건을 들여와 파는 거예요. 현지에서 아웃렛이나 도매업자, 또는 별도 유통 채널에서 제품을 직접 사서 들여와 국내에서 판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수입업자 보호’ 이유 1995년 이전엔 금지

우리나라에선 기존 수입업자들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금지해 오다가, 수입품 가격 인하를 명분으로 1995년 11월부터 정부가 병행 수입을 허용했습니다. 국내 법은 LG패션의 ‘닥스’ 브랜드처럼 라이선스를 받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정식 완제품을 별도의 경로를 통해 수입해 들여오는 병행 수입은 허용하고 있습니다.

독점 판매권 가진 업체들, 매년 가격 올려

 정부는 최근 병행 수입을 적극 장려하겠다고 했는데 왜 그럴까요. 병행 수입 제품이 정식 수입 제품보다 15~50% 저렴해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유통 단계를 살펴보면 일반 수입이나 병행 수입이 4단계 정도로 큰 차이가 없지만 가격 차이는 많이 나요. ○○○코리아같이 독점 판매권을 가지고 있는 업체들이 환율과 상관없이 매년 가격을 올리기 때문이에요. 또 ○○○코리아는 마케팅 비용과 광고비도 많이 써서 이를 제품 값에 다 얹어서 팔아야 합니다. 백화점 같은 업체의 수수료가 높고, 파는 사람들의 인건비도 높아 일반 수입은 제품 값이 더 올라가죠. 이렇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수입 브랜드 가격을 잡아보겠다고 정부가 병행 수입을 장려하겠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일반 수입 제품과 병행 수입 제품의 가격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볼까요. 페라가모의 남성용 지갑은 백화점에서는 51만400원에 팔리지만 병행 수입 제품은 26만9000원이면 살 수 있답니다. 불가리 남성용 향수(30mL)도 백화점에서는 8만원이지만 병행 수입 제품은 4만5500원에 판매합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확대한다는 ‘병행 수입물품 통관 인증제’란 뭘까요. 사실 병행 수입 제품을 살 때 소비자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이게 진짜 진품일까, 혹시 짝퉁 아닐까’ 하는 것이죠. 병행 수입물품 통관 인증제란 병행 수입된 물품이 적법한 통관 절차를 거친 진품이란 것을 소비자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관세청이 제품에 통관 표지를 부착하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이 표지만 보고도 소비자가 안심하고 물품을 구입할 수 있죠. 그래서 지난달부터는 ‘QR코드 인증제’를 하고 있어요. 제품에 붙은 QR코드만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언제 통관된 건지, 수입한 업체는 어딘지, 원산지는 어딘지를 소비자가 바로 확인할 수 있어요.

‘짝퉁 아님’ 표시한 통관인증제 확대

 이렇게 하면 짝퉁 걱정은 덜 수 있지만, 또 문제는 있어요. 바로 병행 수입 제품은 애프터서비스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병행 수입 업체들은 해외 본사와 직접 거래하지 않으니 해외 본사에 고객들의 물건을 보내서 애프터서비스를 받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일부 대형 업체들은 전담 수선소를 운영하거나, 병행 수입 업체들 독자적으로 애프터서비스를 맡겨 해주는 경우도 있답니다.

 기존에는 병행수입을 하는 업체들이 영세해 물건을 외국에서 확보하고 들여오는 것이 어렵다는 게 병행 수입 시장이 커지는 데 걸림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QR코드도 도입하고, 대형마트같이 큰 업체들도 병행 수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앞으로 해외 브랜드 값이 많이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형마트들이 병행 수입 제품을 올해 얼마나 늘릴 예정인지 볼까요. 이마트는 지난해 200억원이었던 병행 수입 제품 매출을 올해 500억원으로 150%나 늘려 잡았답니다. 라코스테 티셔츠, 테일러메이드 골프채, 리바이스 청바지, 페라가모 향수, 뉴밸런스 운동화 같은 브랜드 52개를 팔았는데 이를 연내에 100개 이상으로 확 늘릴 계획입니다.

대형마트들 적극 나서면서 반값도 등장

 롯데마트도 올해 병행 수입을 크게 늘릴 계획이에요. 롯데마트에서 이렇게 병행 수입해 파는 리바이스 청바지 511 시리즈는 4만5900원입니다. 백화점 정상 가격인 16만8000원보다 72%, 할인 가격 8만8000원보다 47% 싼 것이죠. 롯데마트는 지난해 31개 브랜드 약 56억원어치였던 병행 수입 물량을 올해 50여 개 브랜드, 약 80억원어치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NC백화점 같은 곳도 병행 수입 제품 판매에 적극적입니다. 최근에는 대형마트 이외에 아웃렛이나 일반 쇼핑몰에도 명품 병행 수입 매장이 따로 구축돼 있는 곳이 많이 늘었습니다.

 수입 업자가 판매하는 병행 수입 제품 이외에 아예 소비자가 직접 해외제품 구입에 나서는 경우도 있답니다. 이런 걸 ‘해외 직접 구매’, 줄여서 ‘직구’라고 한답니다. 미국에서 구매할 경우엔 100달러 이상이면 관세를 안 내도 되던 것이 최근엔 200달러 이상이면 관세를 안 내도 되게 한도가 늘었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서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간 것이지요.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병행 수입이 훨씬 활발하다고 합니다. 전체 수입액의 40% 이상이 병행 수입을 통해 들어온다고 합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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