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해(4) 바다속의 장난꾼…돌상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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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어느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이건 동해 고성앞 바다 속에서 본사수중 촬영대에 붙잡힌 돌상어의 정체.
돌상어는 바다의 장난꾸러기다. 걸핏하면 아무에게나 대들기일쑤. 지느러미도 날래고 돌진력도 센놈이다. 놈이 까불어대면 다른 물고기들은 얼씬거리질 못한다. 재수없게시리 그중 한 마리가 혼났다. 놈은 수중총의 위력을 몰랐던 모양. 돌연 자기보다 더 큰「낯선 손님」이 나타난데 불쾌했든지 돌상어 한 마리가 쏜살같이 달려 왔다. 새부리모양의 긴주둥이를 내밀고 눈을 멀뚱한 채 노려보더니 금방 달려들 듯한 기세다. 『탕』,겨냥했던 수중총을 놈의 아가리에 쏘아댔다. 돌상어는 선혈을 배기「개스」처럼 바다속에 한줄로 쏟더니 이내 기다란 몸을 옆으로 뉘었다. 길이1미터가 훨씬 넘는 거구였다. 그러나 동해의 돌상어는 「칼리브」해나 남태평양의 상어 때처럼 사납진 않다. 그대신 날래고 영리하다는 것. 포로가 된 바다속의 장난꾸러기, 제힘에 지친 듯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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