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반지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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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빠와 외출에서 돌아온 다섯 살짜리 희가 너무도 환한 얼굴로 좋아하고 있다. 아빠와 밖에서「아이스크림」이라도 사먹고 돌아온 때문이겠지 하고 생각했다.
위로 사내아이 둘보다 딸 하나를 더 끔찍이 아끼는 아빠가 오늘은 더 멋진「서비스」를 베풀어주었나 하고 묻지도 않았다. 우리 다섯식구는 저녁상을 받았다.
밥을 입에 떠넣으면서도 숙희의 입이 오므라들지 않고 연상 생글거리다 문득 하는 말이 었다. 『엄마나 빨리 시집갈래』-어처구니없도록 우스운 말에 식구들이 모두 배를 잡고 웃었다.
○…제 오빠들이 학교에 갈때는 가끔 자기도 학교에 가겠다고 보채던 숙희가 왜 별안간 시집은 가겠다는 것인지 어리둥절했다. 『너 학교두 안가고 시집을 가?』…제 큰오빠가 말했다. 『나 시집 먼저갈래』 숙희의 결심은 변함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 무슨 소릴 듣고 시집을 가겠다고 하는 것인지 난처해하는 나에게 아빠가 일러주신다. 아빠 손을 잡고 보석상 옆을 지나가다가「쇼윈도」위에 진열된 갖가지 보석반지를 보더니 다짜고짜 하나를 사내라고 조르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빠가 숙희 시집갈 때 두개사주겠다고 하니까 그럼 약속을 하자면서 고사리 같은 손을 내밀어 새끼손가락을 걸어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차민진·35·주부·서울 아현동 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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