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자녀만 준 유학비는 재산분할 대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초등학교 선생님 A씨(57·여)는 지인 소개로 만난 감정평가사 B씨(54)와 1989년 결혼했다. B씨는 전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세 살 난 딸이 있었다. 결혼 전에는 딸을 B씨 어머니가 키워주기로 했지만 결혼 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 문제로 고부간 갈등이 깊어지자 두 사람 사이도 원만치 못했다. B씨는 술을 자주 마셨으며 취한 상태에서 A씨를 때리기도 했다. 손찌검이 지속되자 참다못한 A씨는 2011년 5월 집을 나와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이혼 청구는 무리 없이 받아들여졌다. 서로 이혼을 원하고 있고 B씨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책임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산 분할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혼 소송 중이었던 2011년 말 B씨가 딸에게 유학 비용 1596만여원을 송금한 것이다. B씨는 법정에서 “자녀 교육 비용은 부부 공동 생활비에 해당되므로 재산 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통상적으로 이혼 소송에서 분할 대상에 포함되는 재산을 산정할 때 사실심 변론 종결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별거나 이혼 소송을 제기해 혼인 관계가 파탄 난 이후부터 변론 종결 시점까지의 기간에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는 등 재산을 빼돌리면 이를 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시킨다. 다만 생활비나 양육비, 부부 공동 재산의 형성·유지 비용으로 썼을 경우는 제외된다. B씨는 생활비에 딸의 유학 비용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 김상준)는 “해당 비용은 부부 공동 생활비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유학 경비를 보내준 딸이 당시 이미 성년이었고 B씨가 두 사람이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에 대한 유학 비용은 이혼 소송이 제기된 후 전혀 보내주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춰보면 해당 경비는 부부 공동 생활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임채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자식 교육비는 보통 생활비로 판단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유학 비용은 금액이 작지 않은 데다 다른 자식에게는 돈을 보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생활비가 아니라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