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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부터 정부출범까지 … 기적의 3개월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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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948년 5월 10일에서 8월 15일까지 3개월은 대한민국의 주춧돌이 놓인 시기다. 5·10 총선거와 5·31 제헌국회 개원에 이은 7·17 헌법제정, 7·20 초대 대통령 선출은 ‘건국 과업’의 하이라이트였다.

 기적이라 부를만한 속도였다. 내각책임제와 대통령중심제 중 택일, 나라 이름 결정, 식민잔재 청산, 제헌국회 내 갈등 조정 등을 풀기에 석 달은 모자랐다. “적어도 8월 15일 이전, 하루빨리 정부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이승만의 의지가 결정적이었다.

대통령제·국호, 대한민국 주춧돌 세워

 8월 15일, 대한민국 탄생을 축하하는 행사가 중앙청에서 열렸다. 2층 연단에 정부요인과 주한 미군정청 관계자,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이 자리했다. 이승만 대통령 옆에는 그의 오랜 후원자 맥아더 연합군 최고사령관과 신익희 국회의장이 자리했다. 행사는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오세창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진행됐다.

 이 날은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은 날이기도 했다. 중앙청뿐 아니라 부산·인천·광주·대구·경주 등 각지에서 광복 3주년 기념행사도 함께 열렸다. 모든 것이 건국세력의 계획대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일각에선 단정수립 반대 전단(삐라)이 뿌려졌다. 이 날에만 100명 넘게 체포됐다. 정부수립 기념표어 공모 당선작 ‘오늘은 정부수립, 내일은 남북통일’이 상징하듯, 건국과업이란 제1막은 끝났지만 남북통일이란 제2막이 열리는 날이었다.

정부조직, 미군정청 거의 물려받아

 7월 17일 제정된 정부조직법은 신설 외무부를 제외하면 주한미군정청 부처를 거의 그대로 물려받았다. 11부 4처 3청 2위원회였다. 이승만 대통령은 총리 후보로 이윤영 조선민주당 부당수를 지명했다. 조소앙·조만식·김성수·신익희 등이 거론되던 상황에서 나온 ‘깜짝 카드’였다. 그러자 7월 27일 국회는 총리 인준을 부결시켰다. 국회와 대통령 사이엔 크고 작은 불협화음이 계속됐다. 건국에 공이 있다고 자부하던 한민당도 반발하고 나섰다. 당수인 김성수는 기대하던 총리 지명을 받지 못했고, 장관도 한 명만(김도연 재무장관) 인선됐기 때문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친일파 지주세력으로 분류되는 한민당 출신을 등용하는 데 부담을 느꼈다. 무엇보다 확실한 친정체제가 초대 대통령에겐 필요했다. 새 정부 수립에 협조하지 않았던 임시정부 계열도 배제됐다. 해방 공간에서 정당정치와 거리를 두던 이범석 총리를 제외하면, 임정 계열로는 이시영 부통령만 행정부에 참가했다.

 다른 한편에선 미군으로부터의 행정권 이양 작업이 진행됐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이 개입한 지역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권력이양이었다. 국정 전반의 인수에 관한 합의가 48년 9월 11일 ‘대한민국정부 및 미국정부 간의 재정 및 재산에 관한 최초협정’이라는 이름으로 체결됐다. 이범석 초대 총리와 존 무쵸 초대 주한미국대사가 서명했다.

“단정 반대” 삐라 … 하루 새 100여 명 체포

 정치적 갈등은 여전히 숙제였다. 5·10 선거 직전 남북연석회의 참가를 위해 북행에 나선 김구와 중간파들은 신생 정부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김구는 1년여 만인 49년 6월 26일 안두희에게 암살당한다. 좌파세력은 또 다른 위협이었다. 이들은 관공서를 단정 반대의 타깃으로 삼기도 했다.

  고지훈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 · 배영대 기자

※ 사진은 국사편찬위원회 전자사료관(http://archive.history.g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NARA=미국 국립문서기록청(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의 약칭. 미국 역사와 관련된 기록을 보존·제공하는 독립기관이다. 19세기 말 이후 한국 관련 사진을 10만여 장 소장하고 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2001년부터 국외 소재 한국사 자료를 수집해왔다. 이번 시리즈에 실리는 사진은 대부분 주한미군에 배속됐던 미육군통신대(Signal Corps) 사진부대(Photo Detachment)가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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