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가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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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월급날이 또 다가왔다. 누구나 몹시 기다리는 날이면서도 이날이 되면 누구나 우울해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월급이 많고, 승급이 된다하더라도 그 정도가 자기의 능력과 노동이 수량화된것이려니 생각하면 서글퍼진다.
원래가 이른바 분한지교를 잘배운 우리네로서 그만한 분별이며 분수를 모를리야 있을까만 역시 자기가 자기보다월급을 더많이 받는 사람보다 못할게 어디 있겠느냐는 불만이 생긴다. 그런게 아마 수양이 부족하여 이속의 법을 터득치 못한 탓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자위하려 든다하더라도 역시 자기를 이정도밖에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사에 대한 불만은 가실길이 없다. 남보다 훨씬 적게 월급을 받는 경우에는 더욱 불만의「에너지」는 증대한다. 그럴때에는「벤·존슨」의 말을 빌어 행운은 언제나 어리석은 놈의 편을 드는법이라느니, 윗사람의 비위를 남처럼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라느니하며 스스로를 달래는 도리밖에는 없다.
이보다 더 속 편한 방법으론 술이라도 마시는 길이 있으나 그런 술도 비싸거나 유독소가 섞인 것이니만큼 섣불리 마실수도 없는게 월급장이에게는 한스럽기만하다.
하기야 항상 후한 월급봉투를 받는다면 월급의 고마운맛도 모르고 또 좀더 많이 일하겠다는 자극도 잊게된다. 「마키아벨리」도 피치자는 언제나 가까스로 살수있을정도로 대접하는게 효과적이라고 말했었것다.
그러니 월급봉투가 늘얄팍한것은 월급장이로하여금 분발의계기를 만들게하고 불만의「에너지」를 근무에 쏟아넣을수 있도록하려는 고용주들의 심려에서 나온 것이렷다. 그런것을 범속의 우리가 알턱이없다. 그러니 또 고용주로서도 월급날만되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때로는 불평을 털어놓는사원들이그저 안타깝기만한 노릇이다.
사람은 누구나 제분수를 지킬줄알아야한다. 그게 또 우리네의 미덕이다. 그것마저 잊게되니까 사회가 날로어지러워질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고용주들은 한심스러워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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