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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륵한 마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어머니, 저는 이댁의 어른들이나 아이들이 모두 저를 귀여워 해주시고, 친절히 대해주시기 때문에 아무 고생도 없이 즐겁게 지내고 있으니 조금도 걱정마십시오 .…어머니를 보고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우리 식구 모두가 한데 모여 살수 있는 그날까지 어떤 어려움이라도 참고 견디어 내려고 마음먹고 있읍니다. 어머니, 아무쪼록…』
○…이 글은 내가 하숙들고 있는 이 집의 열세살 먹은 부엌아이가 자기 어머니에게 부치려고 써놓은 편지를 어쩌다가 읽어본 한 귀절이다. 서툰 솜씨긴 해도 또박또박 정성 들여 쓴 글씨가 퍽 야무지다.
실은 그 편지 사연 같은 그런「살이」가 아님은 물론이고, 아까만 해도 자기또래인 이집 아들과 옥신각신 해서 눈물을 글썽거리면서도 『아저씨 잡수실 김이 떨어졌는데…』하며 내게 제법 어른답게 걱정까지 하는 아이다.
○…어젯밤 등불 아래 눈물을 글썽거리며 편지를 썼을 그 갸륵한 마음씨를 헤아려보면서, 나는 편지봉투 다섯장에 각각 우표를 한장씩 붙여 몰래 그애의 옷보따리 속에 넣어 주었다. <김영준·소위·정훈학교 군우155∼1l0 제331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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