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책에서만 본 단군제사 장면에 초등생들 '감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어, 곰이 마늘만 먹고 사람으로 될 때도 이런 제사를 드렸나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직공원 옆 단군성전인 백악전.단기 4338년 어천절(단군께서 돌아가신 날) 제례에 참석한 종로구 독립문.명신 초등학교 3학년 70명의 어린이들이 신기한 장면을 보자 연방 고개를 갸우뚱하며 선생님에게 질문을 해댄다. 이들은 새 학기 들어 10번째 맞는 사회시간 '내 고장 지도그리기' 수업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수염을 길게 기르고 하얀 옷을 입은 헌관(獻官) 할아버지 세 명이 제주(祭酒)를 바친 뒤 하늘에 대고 고천문(告天文)을 낭독한다. 그림으로만 보던 제례 장면을 직접 접한 어린이들은 모든 것이 신기한 듯 연방 탄성이다.

최지원(10.독립문초 3)양은 "저는 디자이너가 돼서 단군 할아버지에게 어울릴 만한 멋진 옷을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 야외수업은 시민단체 종로발전포럼(대표 강지원)이 개최한 '자랑스런 종로 어린이 역사학교'다. 종로 토박이들이 지역 문화재를 보존하고 널리 알리자는 목적에서 만들었다. 지역 역사에 밝은 원로와 역사전문가들이 자원해서 강의를 맡고 있다. 경복궁 등 주요 궁궐이나 북촌 한옥마을에서 전통예절을 배우며 옛 문화를 체험하기도 한다.

이날 강의에 나선 박성수 교수(74.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신화 정도로 알고 있는 단군조선에 대해 보다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전해주고 제례의 전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최근 문제가 되는 한반도 주변국과의 역사논쟁을 현명하게 풀어갈 수 있는 인재들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원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