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할머니의 아름다운 기부

미주중앙

입력

30년 전 이민와 외손주들을 돌보며 딸 부부와 함께 살아온 김정애(86·여·뉴저지) 여사. 김 여사는 최근 24시간 간호가 필요할 정도로 노환이 깊어지자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만류를 뿌리치고 요양원행을 결정했다.

요양원 입주를 앞두고 딸 부부를 부른 김 여사는 꼬깃꼬깃 접은 현금 뭉치를 내놓았다. 용돈을 아껴 한 푼 두 푼 모은 돈이었다. 김 여사는 자신을 떠나 보내며 눈물을 흘리는 딸 부부에게 "이 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줄 것"을 당부했다.

사위 김모씨는 장모의 고귀한 뜻을 실천하기 위해 한인사회와 중앙일보가 함께 펼치고 있는 '희망을 쏜다' 범동포 캠페인의 일환인 천사(1004)펀드 모금 운동에 전액을 기탁키로 했다. 지난 16일 팰리세이즈파크에서 1004펀드 운영위원회 상임위원을 만난 김씨는 50달러짜리 100장과 20달러짜리 252장 묶음을 봉투에 담아 건넸다. 총 1만40달러. 1계좌당 10.04달러인 1004펀드의 1000계좌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장모를 계속 집에서 모시지 못하게 된 것이 안타까워 흐느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 김씨는 "평소에도 장모님은 근검절약하며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인정을 베푸셨다"며 "오랜 시간 동안 뜻있는 일을 위해 푼푼이 현금을 모아오신 것을 알고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중앙일보를 통해 1004펀드가 출범할 때부터 지금까지 모금과 분배가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을 지켜봤다"며 "이 기부 운동이 더욱 활성화돼 한인 이민 1세들이 자신의 영달만을 위하지 않고 주위 이웃을 돌보며 더불어 살았다는 점을 후세들에게 전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2012년 2월 기부·나눔·봉사 캠페인의 일환으로 시작된 1004펀드는 개인과 단체·기관·기업 등의 참여가 이어져 올해 5월 현재 총 9만8580달러가 모금됐으며 이 중 3만6902달러가 긴급구호, 불우 청소년, 독거 노인, 타민족 불우이웃 등을 위해 쓰여졌다.

특히 올해는 한인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일부 한국계 기업들도 미국사회에서 한인들의 격을 한 단계 높이는 이 캠페인에 깊은 관심을 갖고 1004펀드에 동참하는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부를 희망하는 사람은 1004펀드 운영위원회(718-361-7700 교환 118·149·150)로 문의하면 된다.

이중구 기자
jaylee2@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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