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의 무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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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국제금융센터빌딩에 있는 KB국민은행의 스마트브랜치 1호점. 맞춤형 전포전략으로 탄생한 영업점이다.

대학 졸업반인 이모(23)씨는 학교 근방에 최근 문을 연 은행 점포를 자주 찾는다. 은행 일을 보려고 가는 게 아니다. 점포 내에서 열리는 취업특강을 듣기 위해서다. 전문강사가 강연하는 이 취업특강은 취직하는 데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면서 자기소개서 작성법, 인터뷰 요령 등을 족집게처럼 집어준다. 또 가끔 평소 즐겨 듣는 인디밴드의 공연을 감상하려고 은행엘 간다.

직장인 장모(45)씨. 외국 유학 중인 아들에게 돈을 부치려고 은행에 갈 때마다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게 몹시 짜증스러웠다. 회사 근무 중에 자리를 비우는 것도 동료들 눈치가 보였다. 그러나 얼마 전 퇴근 후에도 문을 여는 은행 지점이 회사 근처에 생겨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영업시간을 오후 7시까지 연장한 이 지점은 재테크 강연을 개최하고 노트북과 커피머신을 구비한 쉼터 공간도 갖춘 직장인 맞춤형 점포다.

은행 점포가 달라지고 있다. 딱딱한 분위기의 점포 내부가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 풍경으로 꾸며지는가 하면 ‘숍인 숍’ 개념의 공간에선 은행업무와 상관없는 증권거래가 이루어진다. 어떤 점포는 3~4개월만 문을 열었다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는 가변형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점포의 변신은 대학생·직장인·중장년층·외국인 등에 특화한 맞춤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CD, ATM, 폰뱅킹, 모바일 뱅킹, 인터넷 뱅킹 등이 활성화되면서 고객이 줄어들자 은행들은 맞춤형 특화점포로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점포는 사실상 포화 상태라 기존의 일반 점포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다양한 맞춤형 특화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이 지난해 9월 10일 오픈한 서울 테헤란로 영업점은 30~40대 직장인을 위한 특화 점포 1호점이다. 직장인의 접근성을 고려해 지하철역 인근에 위치해 있고 영업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점포 내부에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전문적인 상담을 받으면서 커피머신·태블릿PC·노트북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지난해 6월 경기도 남양주 별내신도시에 문을 연 KB국민은행의 영업점은 ‘팝업 브랜치’다. 인터넷 홈페이지의 팝업 창처럼 한시적으로 영업을 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일주일 만에 설치가 완료된 이 점포는 일반 은행지점과 같은 내부시설에 직원 7~8명이 근무하는 형태였다. 밝고 경쾌한 느낌의 외관과 슬림화된 내부디자인으로 기능성과 효율성을 최대한 살렸다. 이 점포는 3개월 동안 운영된 뒤 9월에 문을 닫았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8월 27일 서울 국제금융센터빌딩(IFC)에 ‘스마트브랜치’ 1호점을 열었다. 스마트브랜치는 고객에게 빠르고 편리한 업무처리, 고품질 상담서비스, 금융과 문화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신개념 모델이다. 대학생 특화 점포도 있다. 숙명여대 인근의 ‘樂star 눈꽃존’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40여 개의 대학생 중심 점포가 운영 중에 있다.

<서명수 기자 seoms@joongang.co.kr 사진="KB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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