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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치킨, 카페형 매장 … 남들 못하는 것 해야 창업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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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이안에프앤비 임은경 대표는 “창업한 뒤 열심히만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남들과 다른 걸 해야 성공한다는 것이다. 대학생 때부터 치킨집 창업을 목표로 치킨집만 골라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임 대표가 빠담빠담 분당 본점에서 자신이 개발한 ‘이탈리안 파스타 치킨’을 선보이고 있다. [박종근 기자]

“창업을 염두에 두고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도 치킨집만 골라 했습니다.”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여대생에서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사장님이 된 이안에프앤비 임은경(35) 대표. 그는 지난해 4월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에 이탈리안 파스타치킨을 표방한 ‘빠담빠담’이란 치킨집을 개업했다. 이후 남성들의 무대라는 프랜차이즈 업계에 진출해 현재 10개의 가맹점을 가진 프랜차이즈업체 대표가 됐다. 주로 수도권에 있는 빠담빠담의 매장들은 월 3000만~4000만원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치킨집은 프랜차이즈업계에서는 대표적인 레드오션으로 꼽힌다.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강자들이 즐비하고 시장도 성숙해 웬만해선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임 대표가 굳이 치킨집을 고집한 이유가 뭘까. 20일 만난 임 대표는 “치킨집이 포화상태라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탄탄한 수요층이 있다는 의미”라며 “남들과 완전히 다른 메뉴로 승부를 보면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빠담빠담은 치킨에 여성이나 어린이에게 인기가 높은 파스타소스를 접목한 게 특징이다. 고소하게 튀긴 치킨에 토마토·카르보나라·레드커리·스위스갈릭 같은 파스타소스를 입힌 것이다. 그는 “대학 때부터 치킨집에서만 아르바이트를 하며 경영과 조리법을 익혔다”며 “대신 남들과 달라야 하기 때문에 창업할 때는 이탈리안 파스타 치킨집을 연 것”이라고 말했다. 낯선 메뉴였지만 반응은 좋았다. 그는 “당초 의도했던 여성뿐 아니라 40~50대 중·장년층까지 자주 찾아 나도 놀랄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 1학년 여름방학 때 성남시 이매동에 있던 치킨집에서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당시 그곳 주인이 남편인 정한(46) 치어스 대표다. 임 대표는 여름방학이 끝나 학교로 돌아갔고 겨울방학 때는 또 다른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두 사람은 몇 년 후 정 대표가 10평 남짓했던 치킨집을 키워 더 넓은 곳으로 옮기면서 재회했다. 임 대표에게 매니저를 부탁한 것. 임 대표는 “당시 사장님이던 남편이 한겨울 눈이 쌓여 오토바이 배달을 못하게 되자 발이 퉁퉁 붓도록 직접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이런 남자와는 결혼해도 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결혼 후 치어스라는 브랜드의 맥주 전문점 사업을 시작해 전국에 350개의 가맹점을 가진 프랜차이즈업체로 키웠다.

 임 대표는 “치어스가 궤도에 오르자 내 사업을 시작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남편 가게까지 벤치마킹해 창업한 게 빠담빠담”이라고 말했다. 그는 색다른 아이템을 고민하다 파스타치킨을 고안해 냈다. 파스타가 세계적인 음식인 데다 국내에서도 젊은 층이 선호하고 최근 추세인 음식의 퓨전 흐름과도 맞아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남편 가게에서 한 달에 1500여 마리의 닭과 씨름하며 치킨에 파스타소스를 입히는 방법을 연구했다. 1년여에 걸친 노력 끝에 파스타소스를 입혀도 눅눅해지지 않고 고소하고 바삭한 치킨 맛을 유지하는 비법을 찾아냈다. 임 대표는 “나만의 메뉴를 개발하느라 온 신경을 쏟아 정작 가게를 개장하는 날에는 몸져누웠을 정도”라며 웃었다. 빠담빠담의 인테리어도 기존 치킨집과 차별화하기 위해 이탈리안 카페 스타일로 꾸몄다. 임 대표는 “요즘은 열심히만 해서는 안 되고 남들이 못하는 것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차별화를 위해 계속 변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장정훈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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