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뉴스 클립] 식품·의약 따라잡기 ④ 식용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식물의 씨앗, 열매에서 얻는 기름(지방)은 요리·의약품·화장품 재료로 사용됩니다. 이 중 요리 재료로 쓰이는 걸 식용유라 합니다. 열에 안정적인 참기름·올리브유·카놀라유·코코넛유는 가열 요리, 아마인유·홍화씨유·해바라기씨유는 샐러드 등 비(非)가열 요리에 쓰입니다. 아마인유 등은 고열을 가하면 지방이 유해한 과산화 지질로 바뀝니다. 요리에서 ‘약방의 감초’ 격인 식용유를 소개합니다.

식용유도 신구 세대가 있다. 참기름·콩기름·옥수수기름·들기름이 구세대를 대표한다. 올리브유·포도씨유·카놀라유는 국내에 소개된 지 몇 년 안 되는 신세대다. 신세대는 주로 수입품이고 구세대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식용유는 식물에서 지방만 뽑은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고지방·고열량 식품이다. 지방 함량이 거의 100%인 ‘지방 덩이’다. 따라서 열량이 높은 것은 당연지사다. 지방 1g당(식용유 1mL당) 9㎉를 낸다. 식용유 1찻숟갈은 5mL, 1큰숟갈은 15mL다. 과연 어떤 식용유가 건강에 이로운 것일까. 이는 전체 지방 중 혈관 건강에 좋은 불포화 지방과 혈관 건강에 해로운 포화 지방의 비율에 따라 가려진다.

올리브유·포도씨유·카놀라유 등은 참기름·콩기름 등 기존의 식용유보다 훨씬 고가지만 잘 팔린다. 이들 수입 식용유가 가격만큼 영양상의 가치도 높은 걸까? 식용유의 전체 지방 중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의 비율을 잘 살피면 진짜 웰빙 식용유를 가려낼 수 있다. [중앙포토]

1 콩기름(soybean oil)

국내 소비량이 최다인 ‘국민 식용유’이자 웰빙 식용유다. 전체 지방에서 불포화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85% 이상이기 때문이다. 불포화 지방은 혈관 건강에 이로운 HDL 콜레스테롤의 혈중 농도를 높여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달라붙는 것을 막아준다. 콩기름은 헥산이란 용매를 써서 콩에서 기름을 뽑아낸다. 시판 중인 콩기름이 불순물 없이 맑게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제 과정을 마친 콩기름은 무미·무취다. 콩냄새·콩비린내도 나지 않는다. 자체 맛이 없어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콩기름엔 항산화 비타민인 비타민 E(토코페롤)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식물성 스테롤(sterol)이 소량 들어 있다. 다만 사용 도중 빠르게 산화돼 장기 보관이 어렵다는 것이 약점이다. 과도한 열을 가하면 변질될 수 있으므로 부침개 등 저온 조리할 때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한국인이 콩기름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 말부터다.

2 들기름(들깨기름·perilla seed oil)

고소한 들깨(깻잎의 씨앗)에서 뽑은 식용유로 혈관 건강을 돕는 성분인 오메가-3 지방의 보고(寶庫)다. 전체 지방의 60%가 오메가-3 지방이다. 이런 이유로 동양의 웰빙 식용유로 평가받는다. 오메가-3 지방은 두뇌 발달에도 유익하다. 한국인의 영특함은 들깨·들기름·깻잎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먹은 덕분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들기름은 공기 중에서 빠르게 산화해 유해한 과산화 지질로 변한다는 것이 약점이다. 따라서 들기름은 가능한 한 이른 시간 안에 소비해야 한다. 특히 들기름을 발라 구운 김은 오래 보관하면 안 된다. 또 튀김·볶음 등 고열이 필요한 요리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기를 찍어 먹거나 샐러드에 뿌리는 것이 적당하다. 어두운 병에 넣어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이 최선의 보관법이다.

3 참기름(sesame oil)

참깨의 씨앗에서 얻은 기름이다. 들기름과는 달리 저장성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실온에 보관해도 신선한 상태가 오래 유지된다. 참기름을 사용해 조리한 음식은 거무스름하게 변하거나 악취를 풍기지 않는다. 세사미놀·세사민·비타민 E 등 참기름의 항산화 성분들이 산화를 막아줘서다. 참기름의 약 82%가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 지방이다. 중국에선 마사지 기름으로도 사용된다. ‘회춘’ 비타민으로 통하는 비타민 E가 풍부한 데다 피부를 부드럽게 하는 효과가 있어서다. 피부에 바르면 만성 피부질환이나 화상 치료에 이롭다. 맑은 갈색인 것이 양질이다. 색이 진하면 깨를 오래 볶았다는 증거다. 병에 찌꺼기가 많이 가라앉은 것도 질이 떨어진다. 찌꺼기는 볶은 깨를 너무 강하게 짜 부서진 깻가루다.

4 옥수수기름(corn oil)

옥수수는 지방 성분의 85%가 배아(胚芽·씨눈)에 몰려 있다. 옥수수에서 분리한 배아에서 짠 기름이 옥수수기름이다. 옥배유라고도 부르는 것은 이래서다. 서양에선 고가 제품이다. 수율(收率)이 낮아서다. 옥수수 1t에서 배아가 약 70㎏ 나오는데 이를 가공하면 옥수수기름 약 25㎏이 얻어진다. 풍미가 뛰어나며 가열처리 후 보존성이 우수하다. 그래서 드레싱·마요네즈 등 조리용뿐 아니라 과자·스낵·유제품에도 널리 쓰인다. 혈관 건강에 좋은 불포화 지방 비율이 높고 삶에 활력을 주는 비타민 E가 풍부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른 식용유들에 비해 산화(酸化)가 서서히 진행되는 것은 항산화 비타민인 비타민 E 덕분이다.

5 올리브유(olive oil)

대부분의 식용유가 식물의 씨앗에서 기름을 추출하는 것과 달리 올리브유는 열매를 짜서 얻는다. 올리브 열매를 압착해 과즙을 얻은 뒤 이를 원심 분리하는 방식으로 생산한다. 올리브유는 올리브 주스인 셈이다. 올리브유는 지중해식 식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다. 오메가-3 지방은 거의 없다. 전체 지방의 70∼80%가 오메가-9 지방의 일종인 올레산이다. 올레산도 혈관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 지방이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한국인은 굳이 올리브유가 아니더라도 올레산을 이미 충분히 섭취하고 있다. 암·노화를 억제하는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 항산화 비타민인 비타민 E,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식물성 스테롤도 소량 들어 있다. 향미가 뛰어난 올리브유는 채소·샐러드에 뿌려 먹는 것이 좋다. 서양에선 음식을 튀기거나 볶는 데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6 포도씨유(grape seed oil)

포도 씨앗을 압착해 얻은 식용유로 이탈리아·프랑스·칠레에서 주로 생산된다. 올리브유에 비해 향이 적고 맛이 산뜻한 것이 특징이다. 요리할 때 연기가 나기 시작하는 온도인 발연점이 높아 튀김·구이·볶음 요리에 두루 쓸 수 있다. 담백한 한식과도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점도(粘度)가 낮아 찍어 먹는 소스 용도론 부적합하다. 포도씨유 지방의 70%는 리놀레산이다. 리놀레산은 한국인이 이미 충분히 섭취하고 있는 오메가-6 지방의 일종이다. 한국인에게 진짜 부족한 지방은 리놀레산이 아니라 오메가-3 지방의 일종인 리놀렌산인데 이를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7 카놀라유(canola oil)

유채 씨엔 심장병을 일으키는 에루스산(erucic acid)과 갑상선비대증을 일으키는 글루코시놀레이트가 들어 있다. 캐나다의 농학자가 천연 유채유 중에서 심장에 해로운 성분을 제거해 만든 것이 카놀라유다. 캐나다에서 얻은 기름이란 뜻이다. 전체 지방에서 혈관 건강에 해로운 포화 지방의 비율이 식용유 중에서 가장 낮다. 따라서 심장병·뇌졸중 등 혈관질환 환자용 음식을 요리할 때 사용하면 좋다. 산(酸)과 열에 대한 안정성이 뛰어나고 발연점이 높아 튀김·구이·볶음 요리에 두루 사용할 수 있다. 카놀라유 전체 지방의 7%가 한국인이 부족하게 섭취하는 오메가-3 지방이다.

8 아미인유(flaxseed oil)

아마의 씨앗에서 추출한 기름이다. 맛이 부드럽고 향기롭다. 고대 이집트에선 ‘태양의 에너지를 가진 성스러운 기름’으로 숭상됐다. 서구에선 최고의 웰빙 식용유란 평가를 받고 있다. 주성분은 오메가-3 지방이다. 오메가-3 지방 함량이 아마인유 전체 지방의 60%에 달한다. 식용유의 오메가-3 지방은 등 푸른 생선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과는 종류가 다르다. 참치·정어리·고등어 등 등 푸른 생선에 든 오메가-3 지방은 DHA·EPA다. 아마인유에 함유된 오메가-3 지방은 알파리놀렌산(ALA)이다. ALA는 체내에 들어가 EPA·DHA로 바뀐다. 오메가-3 지방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고지혈증·심장병을 예방한다. 저온 압착 방식으로 생산된 아마인유엔 지방 분해효소인 리파아제가 풍부하다.

9 해바라기씨유(sunflower seed oil)

해바라기 씨앗에서 뽑아낸 기름으로 오메가-6 지방(불포화 지방의 일종)의 비율이 높은 것(67%)이 특징이다. 오메가-6 지방은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저밀도지단백)의 혈중 농도를 낮춰 심장병 발생 위험을 줄여준다. 그러나 과다 섭취하면 HDL까지 낮추는 것이 문제다. 한국인은 오메가-6 지방을 이미 과도하게 섭취하고 있다. 저온 압착 방식으로 제조된 것을 선택해야 한다. 일단 개봉한 뒤엔 냉장 보관해야 변질을 막을 수 있다.

10 홍화씨유(잇꽃씨기름·safflower kernel oil)

홍화(잇꽃)의 씨앗에서 추출한 식용유다. 맛이 느끼하지 않은 것이 장점이다. 전체 지방의 77%가 불포화 지방의 일종인 리놀레산(오메가-6 지방)이다. 홍화유는 혈압을 떨어뜨리고 혈전(피 찌꺼기)을 막는 데 효과적이다. 튀김 요리나 샐러드 드레싱, 무침용으로 적당하다.

11 코코넛유(coconut oil)·팜유(야자유·palm oil)

팜유는 열대 식물인 기름야자(oil palm) 나무의 과육에서 얻은 기름이다. 대두유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다. 코코넛유는 코코넛을 건조해 수분함량을 10% 이하로 줄인 것이다. 코코넛유와 팜유는 식물성 기름이지만 전체 지방에서 혈관 건강에 해로운 포화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91%·51%에 달한다. 돼지기름(43%)·쇠기름(48%)보다 포화 지방 비율이 높다. 포화 지방은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의 혈중 농도를 높여 혈관 건강에 해롭다. 코코넛유는 풍미가 뛰어나고 고온에서도 변질되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산화(酸化)되는 속도가 느려 코코넛유로 조리한 음식은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라면·빵·캔디·쇼트닝·마가린 등에 사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비누·로션·샴푸 재료로도 쓰인다.

12 면실유(cottenseed oil)

목화씨에서 추출한 기름으로 마가린·샐러드유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일부 참치 캔에도 들어 있다. 맛이 깔끔하고 향이 없어서다. 목화 재배 과정에서 농약을 많이 사용해 농약 잔류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것이 약점이다. 남성의 정자 기능을 억제하는 고시폴(gossypol)이란 독성 물질 함유 가능성도 있다. 고시폴은 남성 피임약의 소재로 연구되고 있다. 약과 독은 동전의 양면이다. 면실유가 암 예방을 돕는다는 연구결과들도 제시됐다. 미국 미시간대학 연구팀은 면실유에서 추출한 성분이 전립선암 치료 효과를 높여준다는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뇌종양 치료를 돕는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미국 텍사스 의료센터 연구팀은 면실유가 콜레스테롤을 낮춰 심장병 예방·치료에 유용하다고 밝혔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