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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북한에 화난 진짜 이유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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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잇따라 대북 강경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 정권에 대한 중국 지도자들의 실망이 임계점에 도달한 것’, ‘중국이 드디어 북한을 전략적 자산에서 전략적 부담으로 인식의 전환을 했다’ 등의 기대 섞인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북한에 화가 난 것은 맞다.

그런데 정작 화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한마디로 중국의 ‘체면’을 깎아내렸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말 리젠궈(李建國) 당시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을 대북 특사로 보내 미사일 발사 실험을 중단하도록 설득하려 했다. 그러나 리젠궈 특사가 돌아간 며칠 후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 실험이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엔 중국의 수차례 만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핵실험을 감행했다. 그리고 3월엔 10년 만에 처음 있는 중국 지도부의 권력이양 행사가 벌어지는 와중에 북한은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여 나갔다. 그러자 베이징에선 “같은 사회주의 동생 국가라지만 이건 너무한다”는 비난과 함께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 한다”는 말까지 들렸다. 곰곰이 따져 보면 중국이 북한을 성토하는 건 한국·미국과 비슷하지만 대북 제재의 동기 측면에서는 많은 차이를 드러낸다.

이것은 중국이 대북제재 공조를 위해 과연 어디까지 함께 갈 것인지 한계를 말해준다. 북·중 간의 형제 관계를 완전히 끊는 게 아닌 것이다. 중국인들의 표현대로 “고개를 돌릴 수는 있지만 등을 돌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한국에선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의 최대 원인으로 북한의 도발 행위 자체를 주목하지만, 중국은 오히려 중·미 관계의 큰 틀에서 바라본다. 그 내막을 파고들수록 중국의 대북 전략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우선 중국은 ‘아시아로의 회귀’를 선언한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려고 한다고 의심한다. 중국은 또 주한미군의 진정한 목적은 북한보다 중국을 겨냥한 미군의 아태 지역 ‘전초기지’ 역할이라고 미심쩍어한다. 동시에 중국은 주한미군이 유사시 중·대만 분쟁 때 투입될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한국 언론에선 요즘 중국의 ‘북한 포기’ 담론을 거론한다. 이는 중국이 한국 주도의 통일을 지지한다는 함의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중국 입장에서 보면 그게 전략적인 이익이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쉽지 않다. 첫째, 한국이 통일 후 ‘친중’이 될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한다. 둘째, 통일 후 한반도에서 미군 주둔 문제를 어떻게 할 건지 당사국끼리 아직 전략적 합의를 하지 않았다. 셋째, 통일 과정에서 한국이 ‘혼란 상황’을 짧은 시간에 수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한다. 그럴 경우 북한 난민들이 중국 동북지방으로 몰려와 안보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을 크게 걱정한다. 넷째, 통일 한국에서 강력한 민족주의가 대두될 것을 우려한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종종 벌이는 ‘고구려는 우리 땅’ 플래카드 세리머니는 중국 측의 영토 분쟁 우려에 대한 근거를 제공한다.

중국 시각에서 보면 한반도 정세는 냉전 시대의 지정학적 갈등 구도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중국의 한 국제문제 분석가에게 중국의 대북 정책이 과연 바뀌었느냐고 물었다. ‘환탕부환야오(?湯不?藥·탕은 바뀌어도 약은 바뀌지 않았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형식은 바뀌었지만 본질은 그대로’라는 뜻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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