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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로 두 자릿수 수익률? 전문가들은 “글쎄…”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1%대로 떨어지면서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오피스텔 인기는 ‘공급과잉’이란 지적이 일면서 주춤했다. 그러나 최근 저금리 기조 덕에 다시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금리가 내린 덕에 오피스텔 구입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실투자금 1억원이면 오피스텔을 4채까지 구입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곳도 있다. 관련 업체들은 “투자금 대비 연 10%가 넘는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오피스텔 투자를 부추긴다. 최근 정부가 오피스텔 구입자에게 양도세 감면 혜택을 주기로 한 점도 호재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는 다르다. 전문가들은 “오피스텔 투자로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리는 것은 무리”라고 입을 모은다.

15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오피스텔 모델하우스. 상담 직원은 연신 “실투자금 1억원으로 4채까지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분양 중인 오피스텔은 27.70㎡와 26.88㎡의 두 가지 평형. 매매가는 한 채당 평균 1억원꼴이었지만, 오피스텔을 담보로 은행 융자(매매가의 60%가량)를 얻고, 여기에 오피스텔에 입주할 임차인이 낼 보증금 1500만원가량을 생각하면 충분히 구입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상담 직원은 “김포공항 인접지역인 데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잘 나온 오피스텔이어서 남은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며 “전체 212가구 중 이미 90%가량 계약이 마무리된 상태”라고 말했다.

오피스텔 분양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 등을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 전문가들도 지금 같은 저금리 상황에선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가 유리하다는 점에 공감한다. 은행 이자가 내린 만큼 담보대출에 따른 이자 부담도 적어졌다. 최근 수익형 부동산 정보전문회사인 FR인베스트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자율이 1% 내려갈 때 오피스텔은 0.75%, 상가는 0.76%씩 연 수익률이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구입 금액의 40%가량을 대출로 충당한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오피스텔 분양업체들도 앞다퉈 미분양 물량 떨어내기에 힘쓰는 형국이다. 일부 업체는 “연 11~12%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업체들 말만 믿고 덜컥 오피스텔을 구입하는 것은 금물이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수익률이 10%가 넘는다’는 주장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담보대출을 받아 구입하는 게 보통인데 분양대행사가 예상한 임대 수익만큼 나오지 않으면 차입 이자도 못 내는 상황에 몰릴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보수적으로 수익률을 가정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임차인은 줄고, 가격은 떨어져
장밋빛 청사진만 가지고 덜컥 오피스텔을 구입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직장인 A씨는 2009년 인천 청라지역의 24평형 오피스텔을 2억8600만원에 분양 받았다. 계약금액은 분양금액의 5%인 1430만원을 냈다. 중도금 50%는 시공사의 대출 프로그램으로 충당했다. 이자 후불제여서 중도금 이자에 대한 부담도 없었다. 당시 분양 경쟁률이 20 대 1이 넘는 인기 오피스텔이어서 주변의 부러움까지 샀다. 하지만 A씨는 다음 달 입주 예정인 이 오피스텔의 잔금을 치르지 않을 생각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줄 알았던 오피스텔의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진 탓이다. A씨는 “인근의 비슷한 평형대 오피스텔 시세가 2억원까지 떨어졌다”며 “투자 차원에서 거액의 융자까지 끼고 샀지만 들어가봐야 빚만 질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입주를 포기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실제로 잔금을 치르지 않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융자를 받아 중도금까지 치른 만큼 A씨가 계약금을 포기한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최악의 경우 변호사를 선임해 건설사 측과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변호사 비용과 계약금까지 포함하면 2500만원가량 날리게 될 것 같다”며 “그나마도 생각대로 잘될 때의 얘기”라며 답답해했다.

재테크 목적으로 사뒀던 오피스텔이 되레 짐이 되기도 한다.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에 2채의 오피스텔을 보유한 김대경(49)씨는 “보증금 1000만원에 70만원 정도씩을 임대료로 받다가 올 들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두 채 모두 놀리고 있다”며 “요새는 오피스텔 거래도 뜸해 팔지도 못하고 관리비만 또박또박 물고 있다”고 허탈해 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같은 오피스텔 인기 지역도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분당구 정자동에 올 11월 입주 예정인 22평형(72.7㎡) 오피스텔을 보유한 하선정(38ㆍ여)씨는 “은행이자가 너무 적게 붙는 상황이라 지난해 2억8000만원을 들여 오피스텔 분양권을 구입했다”며 “예전엔 이 정도 오피스텔이면 월세로 130만원(보증금 1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이제는 세입자가 들어올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안 되면 값을 확 낮춰서라도 내놓을 생각”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서울 용산구 등 외국인 임차인이 많았던 도심권의 고급형 오피스텔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구입가 낮은 지역에서 상대적 고수익
오피스텔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 상대적으로 관리가 쉽고 꼬박꼬박 임대료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오피스텔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보통 연 5~6% 선을 넘기 힘들다고 봤다. 그나마도 임차인이 꾸준하게 들어올 때 얘기라고 한다.

오피스텔로 안정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역발상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큰 평형보다는 작은 평형의 오피스텔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고 꼭 도심지에 있는 오피스텔만 고집할 게 아니란 설명이다.

부동산써브의 정태희 팀장은 “수익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차라리 수도권 외곽의 허름한 오피스텔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매매가가 높을수록 투자금도 커져야 하는 만큼 최대한 매매가를 낮추란 설명이다. 그는 “서울에서 월 40만원짜리 월세를 얻으려면 적어도 2억원 정도는 써야 하지만 부천 중동이나 일산은 1억~1억5000만원 선이면 충분히 오피스텔을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전국 오피스텔 평균 수익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대수익률이 가장 좋은 곳은 광주광역시로 연 8.75%였다. 평균 매매 가격이 낮아 수익률이 높게 나왔다는 분석이었다. 광주 지역 오피스텔의 가격은 평균 6532만원(2월 말 기준)이었다. 반면 서울 강남구의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연 5.13%였다. 같은 맥락으로 서울에서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이 가장 좋은 곳은 외곽인 금천구(연 7.09%)로 나타났다.

뜨는 지역이라고 덜컥 구입했다가 피해를 보느니, 어느 정도 시장성이 검증된 지역에 투자하는 게 투자손실을 줄이는 길이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오피스텔이라는 게 업무시설이기도 하지만 요즘은 주거 대체 개념도 강하다”며 “경기도 광교나 동탄처럼 수도권 외곽지역에 신규로 조성되는 지역은 되레 위험할 수도 있다”며 “어느 정도 자체 시장 수요만으로 안전하게 굴러갈 수 있는지 검증이 된 지역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정태희 팀장도 “부천 중동 신도시 등과 같이 오피스텔촌이 활성화된 곳이 수요도 꾸준해 공실의 위험이 적다”고 말했다.

오피스텔보다 차라리 소형 아파트를 사는 게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오피스텔은 속성상 입차인을 장기간 구하지 못하는 공실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며 “소형 아파트는 임대 수익률이 오피스텔보다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안정성 측면에서 단연 우월하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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