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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셔서 한해 3백억원|술소비량에 비친 세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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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얼마전에 어떤술에 사람의 눈을 해치는「메타놀」이란 유해성분이 들어있다는 경고보도가 나와 화제가 되어 주당들의 신경들이 곤두섰었다. 술 좀 한다는 사람치고 그 술 한번 안 마셔본 사람이 없었을 것이고, 그 소식듣고『다시는 그 술 안마셔야겠다』고 다짐 안한사람 또한 없었을것이다. 그러나 한달이 지난 지금 그 술은 완전히 명예를 회복하여 날개 돋친듯 잘 팔린다고한다.「메이커」가 보도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진땀나는 해명도 했지만, 까딱하면 시력을 잃을지도 모를 위험이있어도 주당들은 여전히 그「마시는」맛을 즐기고 있다. 술로 패가망신하는 이가 있는가하면, 주석이 입신양명의 사교장으로 선용되기도하는 요즈음 세태-.「박카스」신의 섭리도 어지간히 변질되었다고나할까-.

<술값으로 낸돈이|gnp의2·5%>
우리나라 국민들은 도대체 술을 얼마나 마시고있는가? 국세청 집계에의하면 지난한햇동안 우리나라에서 내수용으로 소비된 술은 모두 4백78만9천4백10석, 돈으로 따져3백8억9천6백만원어치다. 우리국민들은 또한 3백8억원의 술값을 치르면서 그 가운데서 82억2천9백만원의 세금(주세)을 물었다. 술값으로 들어간 돈은 작년한해 국민총생산고(1조2천4백91억6천만원) 의2·5%, 술 마시면서 낸 세금은 내국세(1천40억원)의 8%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좀힘든 이야기지만 마신술 4백78만석을 그대로 저장해 두었더라면 요즘같이 전기사정이 어려운때에 우리나라에서 제일큰 화천수력발전소를 움직여 69만킬로와트의 전기를 만들어내고 이를 우리나라 전체가 3시간25분동안 쓸수있을 정도의 막대한 양이다.

<「애음」하는 술은 탁주가 단연수위>
이 엄청난 술가운데 제일많이 소비된 술은 무엇일까? 양으로 따질 때 제일많이 마신술은 탁주.
연간소비량은 3백49만석. 전체의 72·8%를 차지하고있으니 역시 막걸리는 서민대중의 술일수밖에없다. 다음은 소주가 81만석으로 전체의 17%이며 맥주는 23만석으로 4·8%밖에 안된다. 서구에서 생활음료로 돼있는 맥주가 우리에겐 아직 고급술이라는 사실을 숫자가 증명해주고 있다. 다음은 안주값이 술보다 비싸게치는 청주로서 소비량은 9만8천석, 2%에 불과하다. 그러면 1년간의 술값3백8억원으로 어떤술을 얼마만큼샀는가? 소주가89억2천만원어치로 수위를 달리는데 전체액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8·9%. 량에서 1위인 탁주는 83억7천만원(27%)으로 여기서는 2위가 됐다.
다음이 맥주로 81억9천만원(26·3%) , 그 다음은 청주가 33억9천만원(10·9%). 탁주가많은 양이 팔리기는 하지만 매상액으로 맥주를 앞지르지는 못해왔는데 작년의 경우는 대통령,국회의원 두선거가 겹친 덕분에 맥주보다 많이 팔렸다고 업자들은 이야기한다.

<한사랍이 하루에 1·5합마시는 셈>
한사람이 평균해서 술을 얼마나 마시는지는 아직 우리나라의 1인당주류소비량이 권위있는 기관에의해 산정되지않아 정확히 알 수 없다. 외국의 경우 음주인구를 경제활동인구의 80%선으로본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있다.
이 비율을 준용하여 우리나라의 1인당주류소비량을 시산해보면 작년말현재 경제활동인구는 8백37만8천명(경제기획원조사), 1인당평균음주량은 71·4되라는 계산. 하루평균1·7홉을 마신셈이다.
한편 주세를보면 올해징수목표는 1백20억6천2백만원으로 67년 목표(80억6천8백만원)보다49%가 늘어났다.
세법이 바뀌면서 주세가 종량세에서 종가세로 바뀐것도 있지만 수요도 크게 증가할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있는 것. 올해 주세목표는 내국세총액(1천2백66억)의 약1할을 차지하며 소득세·법인세·영업세·물품세에 이어 내국세(14개)에서 다섯번째가는 큰 세목이다.
저축도 많이하고 술을 많이 마셔 주세도 많이 걷힐것을 정부는 바라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소시민 주당들은 이같은 논리상의 모순에 고민할 필요는 없다.「술이 술을 마시고」 「술이 사람을 마시는」경지가 아닌「사람이 술을 마시면」되니까-. <박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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