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다시 뜨는 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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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2001년 5월 29일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이 열린 동대문운동장. 이날만큼은 고교야구가 메이저리그와 프로야구의 인기를 밀어냈다. TV에선 류제국(덕수정보고)과 김진우(광주진흥고)의 ‘괴물 투수’ 맞대결을 예고하는 광고가 계속 나왔다. 1991년 임선동(휘문고)-조성민(신일고) 이후 고교 라이벌전이 그렇게 큰 주목을 받은 적이 없었다.

 류제국이 9회 2사까지 6피안타·5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최우수선수상(MVP)을 차지했다. 예선부터 많이 던졌던 김진우는 8회가 돼서야 구원등판했다. 앞선 대통령배에서는 김진우가 혼자 3승을 따내며 우승을 이끌었다. 2000년 8월 30일 봉황대기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둘의 선발 맞대결이 펼쳐져 김진우가 이겼다. 2002년 류제국은 계약금 160만 달러(약 18억원)에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고, 메이저리그 구단의 유혹을 뿌리친 김진우는 고졸 신인 최고 계약금(7억원)을 받고 KIA에 입단했다.

 류제국과 김진우의 선발 맞대결이 13년 만에 재현된다. 김기태(44) LG 감독은 “류제국을 19일 잠실 KIA전 선발로 내보낼 것”이라고 15일 밝혔다. 선동열(50) KIA 감독도 “예정대로 김진우를 19일 던지게 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뛰어난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 야구 천재들의 만남이다. 류제국은 2003년 마이너리그 시절 야구공으로 물수리를 맞혀 큰 비난을 받았다. 게다가 이듬해 오른 팔꿈치 부상까지 입어 내리막길을 걸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1승3패 평균자책점 7.49의 초라한 기록을 남기고 2010년 미국을 떠났다.

 만 서른 살이 된 류제국은 올해 초 LG에 입단해 퓨처스(2군)리그 다섯 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2.83을 기록했다. 4년 이상의 실전 공백을 뛰어넘고 예전의 기량을 회복 중이다. 얄궂게도 류제국의 국내 프로무대 첫 상대는 필생의 라이벌 김진우로 정해졌다.

 김진우도 순탄한 길을 걷지 못했다. 2002년 신인왕을 차지했지만 잦은 팀 이탈로 2007년 7월 임의탈퇴 신분이 된 후 2011년 돌아왔다. 지난해 10승, 올해 벌써 3승을 거두며 부활한 김진우는 “류제국과 친분이 있을 뿐 라이벌은 아니다. 둘 다 잘했으면 좋겠지만 맞붙으면 내가 이겨야 한다”고 다짐했다. 도전자 입장의 류제국은 “김진우와 붙으면 부담이 되면서도 재미있을 것 같다. 진우만큼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선두 삼성, 8연승 질주=삼성은 15일 잠실 두산전에서 1회 이승엽의 결승타를 앞세워 8-3으로 이겼다. 삼성은 2011년 류중일 감독 부임 후 최다인 8연승을 달리며 단독선두를 지켰다. 부산에서는 NC가 6-4로 이겨 롯데전 1무 3패 이후 첫승을 거뒀다. 넥센은 목동에서 한화를 상대로 장단 20안타를 몰아치며 19-1 대승을 거뒀다. 19득점은 2008년 창단 후 넥센(당시 히어로즈)의 한 경기 최다 기록이다. 한화는 NC에 밀려 다시 9위로 떨어졌다.

김식 기자

◆프로야구 전적(15일)

▶넥센 19-1 한화 ▶NC 6-4 롯데

▶SK 4-3 KIA ▶삼성 8-3 두산

◆오늘의 프로야구

▶삼성(장원삼)-두산(니퍼트·잠실·KBS N) ▶한화(바티스타)-넥센(나이트·목동·MBC SPORTS+) ▶SK(백인식)-KIA(윤석민·광주·SBS ESPN) ▶NC(에릭)-롯데(송승준·사직·XTM·이상 오후 6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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