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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형저축펀드 이대로 둘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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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윤창희
경제부문 기자

재형저축펀드 의 판매 부진이 심각하다. 판매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설정액이 188억원에 불과하다. 25개 회사가 65개 펀드를 쏟아내던 초반 기세는 확 꺾였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앞으로도 별로 희망이 없다”고 말한다. 재형저축의 유일한 메리트가 수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인데, 이미 국내 주식에 대해서 양도차익은 비과세다. 그나마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는 채권형 펀드는 은행의 고금리 유치로 싹이 잘렸다. 역시 세제 혜택이 있는 해외주식형 펀드도 7년을 묶어 두기에는 좀 불안하다. 이에 비해 은행 재형적금은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2832억원을 쓸어담았다.

 재형저축이 은행적금으로만 쏠리는 것은 소비자나 금융산업 발전 측면에서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은행들이 내세운 4.5% 금리는 2~3년만 보장된다. 이후 금리는 3%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적금금리는 만기 때 이자를 붙여 돌려주는 단리(單利) 방식이다. 재형적금의 조건이 가입자의 94%를 싹쓸이해 갈 만큼 매력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더구나 재형저축을 주로 드는 사회초년생이나 중소기업 근로자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적극적인 재산 불리기가 필요한 계층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런 문제를 알고 있지만 우리가 나서기도 어렵다”고 말한다. 펀드라는 게 손실을 볼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일정 비율을 펀드로 팔라고 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직접 규제가 어렵다면 조건을 완화하거나 혜택을 늘려 자연스럽게 재형펀드 가입을 유도하는 방안은 없을까. 최근 업계에서는 상품 만기를 3∼5년으로 줄이고, 계약이전이나 일부 중도인출을 허용해 재형펀드 가입자의 불안을 줄여주자는 제도 개선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18년 전 있었던 재형증권저축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부활하면 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형저축은 서민층 재산 형성이라는 좋은 취지로 시작됐지만 너무 급히 부활하다 보니 취지를 잘 못 살리고 있다. 지금이라도 제도 개선을 논의해 볼 때다.

윤창희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