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매춘 막는 겸손한 태국 영웅

중앙일보

입력

타임지 '아시아의 영웅' 25인에 선정된 솜포프 잔트라카는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업적은 높이 평가 받아 마땅하다. 그는 태국의 어린이들에게 교육과 더 나은 삶을 제공하는 한 재단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 재단의 프로그램은 특히 매춘의 희생양이 될 위험이 높은 어린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솜포프의 아동보호 프로그램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프로그램의 목적은 어린이들이 매춘과 마약 등 지하 세계의 덫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그의 생애를 바친 필생의 사명이기도 하다.

솜포프 잔트라카는 어린이 구제를 최우선으로 삼는 44세의 태국인이다.

그는 최근에 미얀마의 야당 지도자인 아웅산 수지 여사, 홍콩 영화배우 재키 찬과 함께 타임지가 선정하는 아시아의 영웅 중 한 명으로 뽑힌 바 있다.

노벨상 후보에도 두번이나 오른 바 있는 그는 스스로를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누군가 나를 '영웅 솜포프'라고 부르면 늘 내 뒤에서 나를 돕고 보살피며 나를 위해 요리하는 내 딸들과 동료들을 생각한다"며 "그러면 그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앞선다"고 CNN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솜포프는 1988년부터 수천 명의 어린이들에게 교육과 살 곳을 제공해 아이들이 매춘 시장으로 팔려나가는 것을 막아왔다.

솜포프는 늘 조국에 대해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매춘에 관해 방관적인 분위기이다.

태국은 강한 불교적 전통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며 폭넓은 금욕적 계율이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금껏 어떤 승려도 공개적으로 매춘에 관해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솜포프는 "만약 부처가 오늘날 태국에 있었다면 아동을 매춘 시장에 팔고 그 대가로 금전을 수수하는 일을 죄라고 말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제2의 아버지, 솜포프

겸손한 솜포프는 지금까지 그가 도운 1천 명 이상의 어린이들에게 영웅으로 여겨지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긴다 하더라도 그에게 붙여진 영웅이란 단어는 지나친 것이 아니다.

그에게 도움 받은 수천 명의 아이들은 솜포프를 아버지라 부른다.

17살의 암파 스리비차이는 "그는 스스로 자신을 보잘 것 없다고 여긴 아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준 사람이다. 그는 모든 것을 주었다. 사랑, 의지... 그래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삶을 위해 싸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암파와 동갑내기인 미카 예소는 친언니가 매춘 시장에 흘러들어갔다가 에이즈에 감염돼 집으로 돌아온 후 죽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내가 만약 지금 이곳에 없다면 나 역시 매춘을 했을 것이다. 부모님은 가난하고 부양할 아이들이 많다. 나는 어머님을 도와야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13살의 사이통 사엥카는 부모를 모두 에이즈로 잃은 고아다.

"그는 매우 다정한 아버지이자 가난한 아이들은 돕는 분이다." 13살의 고아에게 비춰진 솜포프의 모습이다.

솜포프를 제2의 아버지로 여기는 21살의 타냐폰 라체는 "그는 내게 새 삶을 주었다. 나에게 강인함과 따뜻한 마음, 사랑 그리고 보살핌을 주었다. 그는 모든 것을 주는 나무 같다"고 CNN에 말했다.

만약 솜포프가 나무라면 그의 그늘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새로운 가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많은 아이들이 솜포프가 마련한 안식처에서 자신보다 어린 아이들을 돌보며 함께 생활하고 있다.

솜포프는 진정한 영웅은 이곳에서 묵묵히 맡은 일을 수행하며 옳고 그름의 차이를 다른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아이들이라고 말한다.

MAE SAI, Thailand (CNN) / 박치현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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