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지동 추모공원에 납골당은 제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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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주민들의 반대로 착공도 못한 채 논란을 빚어오던 서울 서초구 원지동 추모공원에 납골당을 짓지 않는 대신 대형 병원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또 화장장 규모도 대폭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서울시와 서초구는 최근 추모공원 부지에 당초 5만위 규모로 계획했던 납골당은 짓지 않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서울시는 치매노인 전문병원과 요양시설을, 서초구는 종합병원 수준의 시립병원을 건립하는 안을 제시하고 협의 중이다.

화장장 규모에 대해서는 서초구가 3기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당초 계획인 20기보다 훨씬 줄어든 수준에서 절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와 서초구는 합의안을 찾기 위해 오는 7일로 예정돼 있던 '추모공원 부지에 대한 도시계획시설 결정 취소 청구소송' 선고 공판을 미뤄주도록 법원에 요청해 다음달 21일로 연기시켰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구 모두 패소할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협상 타결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지동 추모공원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청계산 지키기 시민운동본부' 김덕배 사무처장은 "시와 구가 협의해 추모공원을 소규모로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한다면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겠다"며 "그러나 내곡동.양재동 등 서초구 내 대체부지를 찾는 방안도 협의에 포함시키고 필요하면 주민투표를 거쳐 부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방태원 노인복지과장은 "납골시설도 장기적으로 보면 묘지 못지 않은 환경공해가 될 것"이라며 "유골을 산이나 강에 뿌리는 산골(散骨)을 장려하기 위해 유골을 뿌릴 수 있는 유택(幽宅)동산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2001년 7월 부지가 확정된 원지동 추모공원에는 화장로 20기와 납골당 5만위, 장례식장 12실 등이 2004년까지 들어설 예정이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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