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층의 기강 확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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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괴 「게릴라」 침공 사건에 뒤이은 미 정보 보조함 「푸에블로」호의 납북 사건 등으로 이즈음 국민 일반의 심리적 긴장 상태는 그 절정에 이르고 있다. 전쟁 촉발의 위험감마저 감돌고 있다. 북괴 「게릴라」들이 아무런 장애에 부딪침이 없이 서울 시내에까지 침입해 들어 올 수 있었다는 사실은 더욱더 국민 일반을 실망과 초조 속에 몰아 넣었다. 허술했던 이른바 비상강 수도 방위 체제를 비난하는 국민의 비판성도 높았고, 한편 일시적이나마 패배 의식 같은 것마저 감돌았던게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런 한때의 심리적 무중력 상태를 시급히 정상위로 되돌려 놓아야한다. 그것은 그런 심리적 허의 존재야말로 북괴가 노렸던 가장 큰 표적이요, 함정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북괴의 도발적 발악의 저의와 그 신경질적인 움직임을 예의 경계하고 투시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계적인 태도와 심리적 동요와는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그 규모가 미증유의 것이었고 그 침공 경로가 의표를 뚫었었던 까닭에 우리 모두는 한때 어쩔 수 없이 불안을 반추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불과 30여명의 무장 집단 침공으로 온 사회가 발칵 뒤집힌다는 것은 막한 일이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태는 많은 문젯점을 제시한게 사실이나, 그렇다고 막강한 군과 책임감에 불타는 방위·치안 당국에 대한 신뢰마저 저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현자는 한때의 과실을 되풀이하지 않는 자를 일컫는다 하거니와, 우리는 이번 사태에서 반드시 전화위복의 경지를 개척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정치·경제·사회·문화 갈등을 시급히 정상화시켜야 하겠고, 승공의 궁극적 기반인 민주주의의 실질적 축적 과정을 일사불란하게 추적해가야 할 것이다.
다만 이번 기회에 우리가 꼭 한마디 해 두고자 하는 바가 있으니, 그것은 특히 지도층의 기강 확립에 관한 것이다. 이번 사태의 앞뒤를 면밀히 훑어보면 민은 자유 시민으로서의 본분을 어느 때는 신분의 위험마저 물리치고 다하였는데 반하여 지도층은 반드시 그렇지도 않았던 것 같은 인상이다. 들리는 말로는 「게릴라」들이 침공해 들어오는 동안 일반에겐 보도 관제를 해놓은 채 지도층의 몇 사람은 한가로이 「골프」를 즐기고 있었다니 소위 그것이 승공 정신인가. 또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어떤 지도적 인사는 「게릴라」 퇴각설을 상부에 보고하였다 하는데 그것도 사실이라면 언어도단이다.
도대체가 이번 경위를 보면 「게릴라」가 아무런 장해 없이 침공해 들어올 수 있었다는 배경과 그 소탕 작전이 부진하였다는 이유의 밑바닥엔 해이될 대로 해이된 기강이 도사리고 있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그런 사회와 공무원과 거의 기강 해이가 이번 불안을 자초한 것 같은 느낌마저 없지 않다.
그런 점에 있어서 우리가 들뜬 심정을 가라앉게 하고 모든 사회적·국가적 기능을 정상화시키는데 있어서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은 다름 아닌 그 기강의 확립이라는 문제 일 것이다. 민은 나무랄 것이 없었다. 특히 지도층의 대오 각성을 촉구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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