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박 대통령 겨냥 도 넘은 폭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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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밝힌 대북 관련 발언에 대해 “공화국(북)을 걸고드는 망발을 줴쳤다”고 비난했다. 미국 순방에 대한 북한의 첫 반응이다. 노동당의 대남 선전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10일 “남조선 현 당국자가 첫 해외나들이로 미국을 행각해 정상회담이니 공동기자회견이니 국회연설이니 하며 한바탕 치맛바람을 일구었다”고 말했다. 조평통은 특히 “우리의 병진노선을 시비하며 불가능한 목표라느니 뭐니 하고 모독하였는가 하면 말끝마다 그 무슨 변화를 운운하며 오만무례한 망발도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3월 말 제시한 ‘경제건설과 핵 무장 병진’ 정책에 대한 박 대통령의 비판에 반발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지를 표시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이명박 역도의 비핵·개방3000을 포장만 바꾸어 다시 내건 대결정책”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한·미 관계를 주종관계로 규정하면서 “상전과 주구가 놀아댄 꼬락서니는 참으로 역겹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에 대해 ‘독기 어린 망발’ ‘역겨운 꼬락서니’ 등의 표현을 썼다. 특히 “비극적 말로를 당한 선친(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의미)의 교훈을 잊지 말고 심사숙고하라”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은 대남비방을 중단하고 올바른 선택으로 나오라”고 촉구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한 국가의 원수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는 북한이 김정은의 ‘최고 존엄’을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박 대통령의 방미 결과에 대해 북한이 극악한 ‘말 폭탄’을 쏟아낸 데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핵·미사일 도발과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의 일방철수 이후 출구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채 자중지란에 빠진 북한이 험악한 폭언과 위협으로 긴장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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