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게 이청용 자네는 못 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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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청용

지난해 11월 독일에서 뛰던 정대세(29·수원)를 만나 박지성(32·QPR)의 후계자가 누구라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정대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청용(25·볼턴) 선수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청용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우루과이를 상대로 골을 넣었다.

 그는 2011년 7월 정강이뼈 골절 부상으로 9개월간 그라운드를 떠났다. 2012년 5월 복귀했지만 볼턴의 프리미어리그(EPL) 승격을 이끌지는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청용이 정체기에 빠졌다고 한다. 하지만 이청용의 ‘덧니’와 ‘금속핀’을 보면, 그런 말을 쉽게 할 수는 없다.

 축구팬들은 이청용을 만화 ‘두치와 뿌꾸’의 덧니 난 캐릭터에 빗대 ‘마빈 박사’라 부른다. 이청용은 치열이 삐죽빼죽이고, 덧니도 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이청용의 아버지 이장근(53)씨는 “청용이는 어릴 적 치열이 고른 편이었는데 어느 순간 망가졌다. 치과에서는 마우스피스 등 안전장치 없이 너무 이를 악물고 축구를 해서 이가 상했다더라”고 전했다. 이청용의 덧니는 ‘의지의 상징’인 셈이다.

 이청용은 지금도 몸속에 금속핀이 남아 있다. 2011년 7월 오른쪽 정강이 하단에 금속핀을 박았다. 이장근씨는 “청용이는 금속핀을 제거해야 통증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다. 22개월 정도 소요된다”고 전했다. 몸 상태가 100%가 아니었지만 이번 시즌 막판 20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고, 5골·7도움을 올리는 활약을 펼쳤다. 팀은 승격에 실패해 챔피언십(2부 리그)에 남았지만 이청용의 가치는 치솟고 있다.

 지난겨울 EPL 스토크시티와 위건, 뉴캐슬이 이청용 영입을 위해 800만 파운드(약 136억원)를 볼턴에 제시했다. 그러나 볼턴은 이청용을 지켰다. 지금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더 많은 팀이 이청용을 원하고 있지만 볼턴은 호락호락 내줄 생각이 없다. 볼턴은 이청용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한국인 선수 추가 영입과 7월 한국 방문 친선경기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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