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지수 뛸수록 배당주에 눈독 들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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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미국 뉴욕 주식시장이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올 들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던 다우존스 산업지수가 7일(현지시간)엔 1만5000을 넘어섰다.

 이날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87.31포인트(0.58%) 오른 1만5056.20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이후 상승률이 14.9%에 이른다. 연말 대비 2% 하락한 코스피지수와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실적 호전과 풀린 돈, 그리고 낮은 금리가 미국 주식시장을 달구고 있다”고 해석했다. 현재 뉴욕증시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12배 정도다. 과거 20년 평균인 15배보다 훨씬 낮다. 주가수익비율이란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수치. 숫자가 작을수록 주식이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미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기업들 이익이 빠르게 늘다 보니 PER이 떨어졌다.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것 같지만, 기업 이익 증가세를 못 쫓아간다는 소리다. 다시 말해 “주가가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냄새를 맡고 돈이 주식시장으로 밀려들면서 다우지수를 들어올리고 있다. 주가를 떠받칠 돈은 넘치는 게 미국이다.

 이런 상황에 저금리가 힘을 보탰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미국 주요 기업들의 배당수익률은 2.3%다. 1만원짜리 주식을 사면 대략 1년에 230원을 배당받을 수 있다. 반면 지금 미국 국채 10년물을 사봐야 연간 수익이 1.8%에 그친다. 주가 하락에 따른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배당수익률과 금리만 놓고 보면 미국 국채보다 미국 주식이 낫다는 결론이다. 교보증권 김형렬 투자전략팀장은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이 계속 이뤄져 PER 15배를 찾아간다면 다우지수는 1만8000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증시의 호조가 한국 주식시장엔 반갑지만은 않다. 국제 투자 자금이 한국을 외면하고 미국 같은 선진국에 몰입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다우지수가 더 오르면 가격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한국처럼 글로벌 상승 추세에서 따돌림당해 상대적으로 값이 싸진 곳에 눈을 돌릴 수 있다.

 현대증권 이영준 연구원은 “외국 자금이 한국에 올 때에 대비해 주목해야 할 것이 배당주”라고 말했다. 올 들어 선진시장에 투자하는 배당주 펀드에는 전 세계적으로 131억 달러(약 14조원) 자금이 들어왔다. 이 연구원은 “경기가 풀린다지만 확신이 부족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배당주를 찾는 것”이라며 “외국인들의 이런 성향은 한국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기관들은 이미 이런 낌새를 알아챘다. 올 들어 국내에서 배당주를 꾸준히 사들였다. 이로 인해 배당주 주가와 배당주 펀드 수익률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올 들어 코스피 지수는 하락세이지만 배당주 펀드는 평균 5.9% 수익을 냈다. KB자산운용의 ‘KB배당포커스’ 펀드는 수익률이 16%,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은 14.6%다.

 올해 여간해서 코스피 지수가 1900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는 사실 또한 배당주 매력을 높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1900 근처로 내려가면 국내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들어오면서 매수세가 생겨 주가지수가 회복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요즘처럼 지수가 1950을 오갈 때 배당주를 사면 큰 주가 하락 위험 부담 없이 배당을 챙길 수 있다는 결론이다.

 발 빠른 외국인들은 벌써부터 한국에서 배당주를 찾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프랭클린템플턴의 마크 모비우스 신흥시장그룹 회장은 최근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 중소형주 중에 배당을 많이 하는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모비우스 회장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 투자자금 563억 달러(약 62조원)를 책임지는 인물이다.

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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