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만나면 변해야 산다고 말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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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유엔을 방문해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방명록에 ‘대한민국은 더 한층 번영되고 행복한 지구촌을 만들기 위해 유엔과 항상 같은 편에 설 것(The Republic of Korea will always stand side by side with the UN to promote a more prosperous, happier global community 2013. 5. 6 박근혜 Park Geun Hye)’이라는 내용의 글을 영어로 남겼다. [신화=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미국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으로 이동하기 전 뉴욕에서 CBS-TV의 마거릿 브레넌 기자와 만났다. 박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북한이 (연평도 포격과 같은) 도발을 한다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이 협박을 하고 도발을 하면 또 가서 협상을 하고, 어떤 대가를 지원하고, 그렇게 해서 한참을 가다가 또 도발이나 협박이 있으면 가서 협상을 하고 하는 것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문답.

 ▶브레넌=“북한 김정은과 직접 대면할 의향이 있는가. 만난다면 어떤 메시지를 전하겠나.”

 ▶박 대통령=“북한은 변해야 된다. 그것만이 북한이 살 길이고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브레넌=“북측에서 박 대통령의 치맛자락에 대해 아주 강렬한 어조로 비난하면서 그것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하는데 어떻게 느끼나.”

 ▶박 대통령=“어떤 사실을 가지고 얘기하지 않고 곁가지를 갖고 인신공격을 하거나 치맛자락이 어떻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벌써 논리가 빈약하다는 증거이고 그만큼 수세에 몰려 있기 때문에 팩트에 대해 말하기보다 딴 얘기를 하고 있는 거라고 해석한다.”

 CBS는 이날 저녁 ‘이브닝 뉴스’를 통해 박 대통령과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3분58초 분량이다. 뉴스 앵커는 박 대통령을 소개하면서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된 상당히 강인한(tough) 분”이라고 전했다. “대단히 흥미로운(fascinating) 분”이라고도 했다. CBS는 1974년 육영수 여사가 광복절 행사식장에서 피격되는 화면을 방송하면서 “그녀의 어머니는 북한 공작원에 의해 살해당했지만, 그녀는 2002년 아마도 그 암살을 명령한 장본인인 북한의 현재 통치자의 아버지인 김정일과 만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북한의 비난에 개의치 않는다”면서 “그 강인함으로 ‘아시아의 철의 여인(the Iron Lady of Asia)’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이에 앞서 박 대통령은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만나서도 “북한의 핵을 용납할 수 없고 북한이 저렇게 도발하고 위협하는 것에 대해서는 보상은 앞으로 있을 수 없다”며 “도발을 하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북한은 핵도 보유하면서 경제도 발전시키겠다는 병진노선을 걸으려 하는데 그건 사실 양립될 수 없는 불가능한 목표”라며 “북한이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모습으로 나온다면 공동 발전의 길을 갈 수 있는데 자꾸 반대 길로 가기 때문에 안타깝다”고도 했다.

 반 총장은 “박 대통령이 미국·중국 등 우방들과 긴밀히 협조해 가면서 원칙에 입각한 확고한 태도를 취하고 절제된 대응을 하고 있는 데 대해 국제사회가 상당히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 투명하게 지원해 나가려 하고 있다. 유엔과 힘을 합해 꼭 필요한 주민에게 지원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경한 대응을 전제하면서도 대북 지원을 언급한 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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