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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이 부른 팽팽한 대치|예산국회 주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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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화당의 예산안 날치기 처리에 대항, 신민당은 본회의장 농성투쟁에 들어감으로써 국회는 지난날의 24파동 전야 같은 분위기.
신민당의 전투부대로 19일 예결위원으로 교체 선정된 정상구 김수한 김상현 성낙현 연주흠 이기택 의원 등 6명은 이날 하오 3시부터 총무단과 함께 국회본회의장을 점거-.
하오 6시부터는 다른 의원들도 합류했는데 10시반쯤엔 국무위원석과 의장석 옆을 비롯한 틈틈에 이부자리를 깔고 의원들은 잠을 재촉-.
대부분의 의원들이 잠이든 새벽 1시20분 공화당의 김창근 부총무가 잠자리에든 김영삼 신민당 총무를 방문,『내일 아침 총무회담을 열도록 하고 그때까지는 예결위원회를 열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으니 안심하고 집에 돌아가 쉬라』고 당부했으나 김 총무는『총무회담도 않겠고 당신네들은 믿을 수 없으니 우리걱정은 말고 잘들 해 보라』고-.
유 당수도 9시쯤 본회의장에 나와 농성투쟁중인 의원들을 격려.
20일 아침잠에서 깬 의원들은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차렸으나 8시에 그 자리에서 의원총회를 연 결과『문제해결을 보지 못하면 회기 말인 29일까지 농성을 계속키로』결정, 의장석을 책상으로「바리케이드」를 쌓아 막고 챙겼던 이부자리를 다시 깔고 장기태세를 준비.
한편 공화당도 이날 밤 일련의 간부회의를 열어 원내대책을 협의.
김종필 당의장, 길재호 사무총장, 장경순 국회부의장 등은 장 부의장 질문을 굳게 닫고 구수회담을 했는데 도중에 이원엽 10·5구총무를 불러들여 공동보조를 다짐했고 총무단은 그들대로 자정이 넘도록 몇 차례 전략을 모색-.
또 공화당소속 예결위원들은 기동령에 대비, 국회에서 제일 가까운 무교동「부흥여관」에서 비상대기, 불과 50여 미터를 두고 야당과 대치.
자정이 조금 지난 때 김종필 당의장은 공화당 총무단에게『오늘밤에는 예결위를 강행 말고 날이 샌 후에 신민당과 대화를 트라』고 지시, 이날 밤의 격돌은 일단 모면.
또「타워·호텔」에서는 야당의 강경과 여당 측의 강변이 부딪쳐 갖가지 웃지 못할 희극을 연출.
신민당의 박영록 김형일 두 간사는 이「호텔」804호실에서 열린 예결위 소위에서『오늘 새벽의 날치기 부별심의 종결은 불법이며 무효니 다시 하자』고 주장하면서『표결이 됐다니 도대체 찬성이 몇이고 반대가 몇이었느냐』고 맹공.
새벽사회를 맡았던 박종태 의원은『표결 때 공화당 의원도 일어나고 신민당 의원도 일어났으니 전원 찬성이었다』고 강변.
이런 입씨름을 하고 있을 때 공화당과 정부측은 807호실 704호실 등으로 옮겨가며 계수조정을 진행, 이를 뒤늦게 안 신민당 간사들은 이를 찾기 위해 8층과 7층 방을 모두 뒤지다 외국인 부부를 놀라게 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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