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스팽, '정치 인생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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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극우파 후보 장 마리 르펜이 부상함으로써 사회당 리오넬 조스팽 총리의 20여년에 걸친 정치 역정이 막을 내리게 됐다.

조스팽 총리는 대선 2차 결선투표 진출을 위한 득표수를 획득하지 못하자 정계 은퇴를 발표했다. 이로써 르펜이 자크 시라크 현 대통령과 맞붙게 됐다.

교수 출신으로 1997년 이후 프랑스의 총리를 맡아온 조스팽(64)은 1차 투표의 결과를 두고 "마치 벼락을 맞은 것 같다. 프랑스와 프랑스의 민주주의가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결선투표가 끝나면 정치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으나,'미래 재건을 준비하기 위한' 의회선거를 위해 재결집하라고 좌파 정당들에게 촉구했다.

그는 "이번 패배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며 6월 의회 선거에서 사회당 후보들을 지지하겠다고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려했다.

1차 선거운동 기간 내내 유권자들은 조스팽과 시라크가 결선에서 맞붙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조스팽이 대통령이 되기엔 다소 완고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됐었다.

조스팽의 전기를 쓴 실비아 말리고네는 "리오넬 조스팽은 대단히 엄격하고, 진지하며 정직하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모든 이들을 지배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유쾌하지 않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인들은 순종적이지 않다. 그들은 규칙이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누군가가 규율을 개인에게 강요하는 것에 짜증스러워 한다. 이것이 바로 조스팽의 약점이다."

1937년 7월12일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조스팽은 1981년 총선에서 당선됨으로써 전국적인 정치무대에 입문했다.

그는 프랑스의 엘리트 정부관료 학교인 국립행정학원(ENA)을 졸업한 1965년부터 정치인으로서의 생애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후 프랑스 외무성에서 근무하던 조스팽은 1970년부터 11년 동안 파리 제6 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를 지냈다.

1981년에는 프랑수아 미테랑에 의해 사회당 제1 서기로 지명됐으며, 1988년 체육청소년교육부 장관에 임명됐다.

1992년 총선에서 의원 및 각료직을 잃은 그는 1995년 대선에 출마해 시라크에 패배했었다.

조스팽이 올해 대선에서 승리하고 싶어했다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적어도 시라크에게 복수하고픈 마음이라도 있었을 것이다. 선거에 임하는 조스팽은 정치적 실패는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1995년 대선 패배 이후 사회당 당수가 된 조스팽은 1997년 총선에서 재기에 성공했다.

알랭 쥐페의 보수 연합의 붕괴와 함께 총리가 된 조스팽은 5년간 보수당의 시라크와 '좌우동거정부'시대를 열었다.

이 기괴한 결합의 결과는 어땠을가? 시라크는 영광을 얻었지만 조스팽은 범죄율 증가라는 타격을 입었을 따름이다.

정치 분석가 파스칼 보니파스는 "정부의 수장이 모든 것의 책임을 져야 한다. 대통령은 해결을 요구하는 입장이지, 해결안을 내놓아야 하는 위치는 아니다. 이때문에 현재의 좋지 않은 상황에 대한 모든 책임은 총리에게 있다"고 말했다.

조스팽은 주당 35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프랑스 노동자들의 성원을 받았다. 그러나 경제에 대한 우려를 선거운동 제1 의제로 삼았다.

1차투표가 시작되면서 프랑스 유권자들은 조스팽과 부패설에 연루된 시라크(69) 중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아야할 지 결정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이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조스팽이 시라크에 대해 '늙고 닳아빠졌다'고 말한 것은 실수라고 평가했다.

여론조사 전문가 필립 메쉐는"프랑스는 정치적으로 올바르다. 따라서 자기 생각이라며 곧이 곧대로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선거에 나선 후보라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한편 조스팽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사회당 정책 일색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신중하게 주장했다. 이를 두고 만화가들은 그가 자본가들에게 팔렸다고 비웃었으며 조스팽 선거운동 캠프는 붉은 장미(사회당의 색깔-역주)가 시드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해명하느라 곤란을 겪어야 했다.

이에 대해 조스팽 캠프의 도미니크 스트라우스 칸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당원들만이 아니라 다수의 청중들을 상대로 연설해야 한다. 그러므로 사회당 대통령이 돼서는 안된다. 프랑스 공화국의 대통령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스팽은 노련한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권위와 함께 점잖고 열심히 일하는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심어왔다. 그러나 아마도 프랑스인들은 대통령에게서 뭔가 다른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PARIS, France (CNN) / 이정애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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